소행성 지구 충돌 극소의 확률 극한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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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 8㎞ 상공에서 지름 60m 크기의 소행성이 폭발했다. 가스를 품고 있었던 소행성은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면서 공기와 마찰했고, 이 때 발생한 뜨거운 열 때문에 지표면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퉁구스카 지역 2천㎢(서울의 약 3.3배 크기)의 초목과 집들이 불에 타 초토화됐다. 다행히 그 지역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인명 피해는 극히 적었다. 그 곳에는 당시 쓰러졌던 거목들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 있다.

지름 60m짜리 소행성의 이런 위력을 감안할 때 최근 천문학자들이 2019년 2월 1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지름 2㎞짜리 소행성(이름:2002NT7)의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대륙 하나가 날아가 버리고, 10억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천문학자들은 주장한다. 지난달 14일에는 축구장 만한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 옆을 스쳐 지나가 지구인들을 아찔하게 만든 적도 있다.

잇따라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공할 위험을 사전에 막을 묘안은 없는 것일까.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문홍규 박사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지만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전 지구적 재난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세계적인 연구·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다양한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표면에는 과거 소행성과 충돌해 만들어진 2백여개의 거대한 운석 구덩이가 곰보자국처럼 남아 있다.

◇지구 위협하는 소행성은 약 4백개=태양계가 형성될 때 지름 수㎞부터 10㎞짜리 소행성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서로 뭉쳐 큰 별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채 아직 천체를 떠돌고 있는 것도 있다. 소행성들은 대부분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몰려 있다.태양계 행성 전체를 합한 질량의 90%에 해당하는 목성의 거대한 중력 때문이다. 그런데 이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이 지구의 공전 궤도를 통과하게 되면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이 생긴다.

천문학자들은 소행성과 지구와의 거리가 7백50만㎞(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약 38만㎞) 이내이면서 지름이 1백50m 이상일 경우 지구위협천체(PHAs)로 분류한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제 소행성센터에 등록돼 있는 지구위협천체는 3백90개다. 소행성 2002NT7은 지구와 1억㎞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그보다 위험도가 적은 지구접근소행성(NEA)으로 분류한다. 이런 소행성은 1천8백여개에 이른다.

천문학자들은 1.5㎞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칠 확률은 1백만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고 보고 있다. 복권 당첨 확률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런 사태가 예상되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를 비켜가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2004년에 소행성 궤도 바꾸기 실험=미항공우주국(NASA)이 2004년 발사 예정인 딥 임팩트(Deep Impact) 탐사선은 템펠-1이라는 소행성에 금속 덩어리로 충격을 가해 궤도를 바꾸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충격량이 적어 궤도를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제안된 방법 중 가장 안전한 것은 우주선이 소행선에 근접 비행하면서 소량의 폭탄을 장기간 투하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핵무기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딥 임팩트처럼 소행성 지하에 대량의 폭탄을 매설해 소행성을 쪼갤 경우 쪼개진 큰 조각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지구를 덮칠 가능성도 있어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방주 기자

운석 구덩이로 본 주요 소행성 충돌 사건

▶2억5천만년(호주)=지름 1백30㎞짜리 운석구로 2000년 발견. 지구 생물의 멸종 추정.

▶6천5백만년(유카탄 반도)=운석구 지름 1백70㎞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멸종 추정.

▶1490년(중국)=약 1만명 사망 추정

▶1908년(러시아)=시베리아에 지름 60m 소행성이 지상 8㎞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 2천㎢가 초토화.

▶1930년 (브라질)=시베리아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이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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