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서리인사청문회]여성표 의식 의원들 입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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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장상 총리서리 청문회는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의원들은 따져 물을 것은 물어도 감정을 배제한 자세로 신중한 표현을 고르느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자칫 "여성이라고 함부로 대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우려해서였다.

◇정치권의 여성표 의식=張서리는 첫 여성 총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질문에 나선 의원들은 의혹이나 문제 제기가 성차별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의원은 "張공직 후보자가 여성이라고 편견을 갖거나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간사인 박승국 의원은 "우리 당은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대단히 의미있는 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여성 비하 발언은 절대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청문회장 내 방청석에는 이화여대 및 여성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張서리는 인사말에서 네차례에 걸쳐 '하나님'을 강조했다. 가난했던 성장 과정을 묘사하며 "저는 '삶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따라 매일매일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張서리 지원 사격=張서리가 "서울 강남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자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1985년 2·12 총선 때 투표를 했느냐"고 물었다.

張서리는 "투표는 빠짐없이 했다"고 했으나 "85년 당시 대현동과 반포 어디에서 투표했느냐"는 의원의 물음엔 "기억 안난다"고 답변했다.

張서리가 궁지에 몰린 듯하자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전입신고가 실제 주거이동일보다 다소 빠르다고 해서 주민등록법 위반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지원했다.

姜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가 대법관 때인 91년에 주심으로 내린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호칭 정정=張서리가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한나라당 박승국·이주영 의원 등은 "국회 인준을 안 거치고 어떻게 총리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張서리는 곧 '총리서리'라고 정정했다.

◇張서리의 튀는 발언=張서리는 최근 "총리될 줄 알았으면 아들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말이 도마에 오르자 "나는 지금도 혀를 깨물고 싶다"며 진의가 와전됐다고 극구 강조했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김정일씨'라고 지칭하며 "솔직하다곤 생각해도 정직하다고는 생각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북에 있는 가족이 모두 총살당했는데 (6·15 남북 정상회담)만찬에서 보고 저분도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양당 신경전=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張서리 장남의 국적 포기를 거론하다가 "특권층의 임신부들이 남편도 없이 미국에 건너가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 애를 낳는 사회병리현상을 원정출산이라고 부른다"며 이회창 후보 손녀의 원정출산 논란을 넌지시 겨냥했다.

이에 즉각 박승국 의원이 "부부가 외국에 거주하면서 애 낳는 건 원정출산이 아니다"라며 견제에 나섰다.

남정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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