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선 마저 무너진 증시 외국인'팔자'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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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26일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로 60선 밑으로 다시 주저 앉았다.

그동안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강력한 지지선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굳게 믿었던 700선이 무너지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 시장에서만 3천3백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올들어 둘째로 많은 순매도 금액. 이로써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 9일 연속 거래소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모두 9천6백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그래프 참조). 특히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작았던 삼성전자·SK텔레콤·국민은행·포스코 등 대형 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처분했다. 이들 4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이날 전체 순매도 금액의 82% 가량인 2천7백25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은 미국의 대형 뮤추얼펀드에서 환매가 일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증시 자금 흐름 조사기관인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주 주간 기준으로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2백5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최근 3주간 자금이탈 규모가 59억달러,1백93억달러, 2백5억달러로 계속 불어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저평가된 우리 주식보다는 고평가된 외국 주식을 팔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외국인은 올들어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작았고, 아직 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 주식을 처분키로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700선이 무너짐에 따라 당분간 주가는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700선이 붕괴됨에 따라 지수 저점은 650~680선으로 낮아질 것 같다"며 "외국인 매도가 끝나지 않는 한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은 이미 매수 여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국내에서는 개인만이 유일하게 매수할 수 있지만, 주가 저점에서만 주식을 사려는 개인의 투자 특성상 개인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과 IBM 등 전통기업들은 아직 1998년 주가 폭락기 때보다 주가가 높은 상태"라며 "이들 종목마저 98년 저점 밑으로 떨어진다면 미국 뮤추얼펀드에 대한 환매 압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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