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우승 어니 엘스 '새가슴' 극복 심리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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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22일(한국시간) 끝난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32·남아공). 전성기 때 '스윙 머신'으로 불렸던 닉 팔도(영국)와 함께 골퍼들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골프스윙'을 보유하고 있는 엘스는 그러나 '새가슴' '만년 황태자'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별명도 갖고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심약함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라이벌 타이거 우즈와의 대결에서도 번번이 패했다.

그런 엘스가 브리티시오픈에서 플레이오프와 재연장 끝에 우승한 데는 벨기에의 심리학자 조스 밴스티포트의 조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국의 BBC는 "엘스의 우승에는 세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했다.

첫째는 그를 열렬하게 성원한 부인 리젤이었으며, 둘째는 메이저대회의 우승을 기어이 따내고야 말겠다는 헝그리 정신, 그리고 세번째는 심리학자인 밴스티포트의 도움이라고 했다.

밴스티포트는 최근 엘스에게 "골프선수에게는 스윙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엘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잊도록 도와줬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엘스는 "그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엘스는 "연장전을 앞두고 16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자책감으로 몹시 괴로웠으나 그의 도움말을 떠올리면서 평상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밴스티포트는 "누구나 두려움과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는 엘스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약함을 떨쳐버린 엘스는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1백56명의 출전선수 중 가장 퍼팅을 적게 했다. 4라운드 동안 엘스는 1백11개의 퍼트를 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라운드당 평균 28.75회였으며 스리퍼트는 단 한차례도 범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그랜드슬램의 욕심이 앞선 우즈는 1백21회의 퍼트를 기록했다. 엘스보다 퍼트를 열번이나 더 한 것이다.

엘스는 티샷 평균 거리에서도 2백53.4m로 우즈의 2백40.6m를 크게 앞질렀다. 정확도를 나타내는 페어웨이 안착률 역시 75.0%로 우즈의 73.2%를 앞섰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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