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모양·유품으로 간신히 남녀 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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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달려온 119구조팀 15명 중에는 2년째 새해를 해외 재난 현장에서 맞은 이인선(38)소방교가 있다.그는 "지난 2003년 12월 26일엔 이란에 대지진 구조 작업을 하러 갔다가 새해를 맞았는 데 올해는 푸껫에서 2005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지난 1999년 대만.터키 대지진 현장 등에서 활동한 베테랑 대원이다.

▶ 이인선 소방교

-지금까지 몇 구의 시신을 발굴했나.

"지난 30일 첫날에 7구를 찾았고 31일엔 3구를 발굴했다.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는 태국인이 대부분이고 일본인이 한 명 있었다."

-날씨가 무더워 시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는 데….

"생김새로 봐선 어느 나라 사람인 지 알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치아와 키,헤어스타일,유품 등으로 간신히 남녀 구분을 하고 인종을 분간하고 있다."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숙식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들었다.

"카오락 발굴 현장에서 가까운 잔디밭에 두 개의 대형 텐트를 치고 있다.이란 대지진 당시엔 추위 때문에 고생했는 데 이번에는 모기와 무더위가 애로 사항이다."

-시신 발굴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데….

"포크 레인 등 중장비가 부족하다.해일 참사가 터진 지 이미 엿새가 넘어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지진 현장에선 사람이 건물더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나 이번엔 대부분 바닷물에 쓸려간 것 같다.지진보다 해일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외 구조 작업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

"이란 대지진 때는 100여구의 시신을 발굴했다.대만 대지진 당시에는 우리 팀이 생존자를 맨 처음 구조하는 개가를 올렸다.우리 구조팀의 수준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첨단 발굴 장비와 지휘관의 판단력,그리고 무엇보다 운(運)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푸껫=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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