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영상·강도조절로 癌조직만 파괴 방사선 치료도 '맞춤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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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얼마전 편도선암 진단을 받은 강모(60·전남 여수)씨. 그가 만일 몇 년 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면 침샘이 망가져 침이 나오지 않는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방사선을 광범위하게 쪼여주다 보니 인근 정상조직까지 파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최근 그에게 적용한 치료는 종래와는 다른 맞춤방사선 요법. 주변 조직에는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조직에 강한 방사선을 쪼이는 강도조절 방사선 치료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은 것이다.

방사선 치료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방사선 치료하면 의사들조차도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의 보조요법 정도로 인식했던 것이 사실. 게다가 환자들은 부작용이 심하다는 생각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꺼리기도 했다.

◇무엇이 달라졌나=그동안 방사선 치료를 부정적으로 본 것은 정상조직에까지 불필요하게 방사선을 쪼여야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암센터 서창옥 교수(방사선종양학)는 최근 몇 년 사이 치료방사선 의학의 큰 변화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3차원 시뮬레이션의 도입.컴퓨터 단층촬영기(CT)로 찍은 사진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해 종양의 크기와 모양을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써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일수 있게 된 것.

둘째는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하는 강도조절 방사선의 등장. 입체적으로 얻은 종양의 위치와 모양을 보고 주변 조직의 피해를 줄이면서 가장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사선의 방향과 세기를 섬세하게 디자인해 조사(照射)할 수 있게 됐다.

서교수는 "암의 위치가 다른 장기와 붙어있는 경우에도 강도조절 방사선치료를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암덩어리만 파괴할 수 있다"며 "방사선 맞춤치료로 환자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치료방법으로 암 완치율 높여=방사선 치료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방사선 치료를 단독 또는 수술 및 항암제와 병용함으로써 암을 뿌리째 뽑는다. 둘째는 수술이나 항암제 등 다른 치료를 한 뒤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방법으로 사용한다. 셋째는 통증이나 출혈·신경학적 증상의 완화를 위해 방사선을 사용한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종훈 교수는 "장기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사선 치료의 장점을 살려 수술·항암제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치료술 덕분에 완치율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암이 유방암과 항문암, 그리고 팔·다리에 생기는 근육암이다.

지금까지 이들 암이 생기면 주변 정상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하거나 절단했지만 이제는 암조직만 도려내고 주변에 남아 있는 암세포는 방사선으로 파괴해 인체 손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초기 후두암의 경우에도 수술을 하면 목소리를 잃을 수 있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성대를 보존하면서 완치된다.

이밖에도 직장암이나 식도암은 먼저 방사선치료로 암조직을 축소한 뒤 수술함으로써 수술성적을 향상시키고 있다.

◇방사선 단독 치료도 늘어=세브란스 암센터가 지난 30년간 자궁경부암 환자 6천7백 여명을 방사선만으로 치료한 결과 5년 생존율이 80.2%에 이르렀다. 병기(病期)별로 보면 1기 94%, 2기 82.7%,3기 58.7%,4기 31.1% 순.

또 코 뒤쪽에 생기는 비인강 암인 경우 구조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하지만 방사선 치료만으로 70% 이상의 환자가 완치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립선암도 방사선 단독치료 성적이 수술성적과 비슷하게 나오면서 미국에서는 환자에게 치료 선택권을 주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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