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로 변한 센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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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여름 프랑스 파리에서는 비치샌들이 유행할 전망이다. 도시 곳곳이 해변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파리 시당국의 야심찬 '파리-해변' 계획의 결과다.

우선 센강 우안(右岸) 3㎞ 구간의 강변도로가 21일부터 한달동안 차량통행이 전면금지된 휴양지로 바뀌었다. 둔치 곳곳에 은빛 모래를 깔아 백사장을 만들었다. 화분에 옮겨심은 80그루의 야자수는 휴양지 분위기를 더했다.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도록 3백개의 비치 의자와 1백50개의 파라솔, 22개의 탈의실도 준비했다. 간이주점 네곳이 설치돼 센강을 바라보며 가벼운 술과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센강의 수질오염과 안전문제 탓에 수영을 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대신 비치발리볼이나 암벽등반·페탕크(프랑스의 전통 구슬치기)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니스·칸 등 프랑스 남부의 쪽빛 바다만은 못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기분을 내기엔 충분하다.

파리 외곽에 있는 축구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도 오는 29일까지 해변으로 변했다. 1998년 프랑스가 감격의 월드컵을 안았던 이 운동장 한복판에 2천5백t의 모래를 깔아 백사장을 만들었다. 비치발리볼은 물론 비치축구·핸드볼, 심지어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낯선 야구까지 즐길 수 있다. 모래사장 한쪽에 만들어진 5백㎡ 규모의 인공 연못에서는 윈드서핑 강습을 하고 있다.

하루 20만명이 이용하는 도로를 폐쇄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프로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에 모래를 까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이미 오페라 극장이나 빙판 자동차 경주장으로 변한 적이 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은 때때로 상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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