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만화 출신 영화 캐릭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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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7  ‘변금련’의 변금련

배금택의 성인만화 『변금련』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당대의 적임자는 강리나밖에 없었고, 그녀는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섹시하면서도 순진하고, 코믹하면서도 슬픔을 지닌 그녀. 한편 이 시대 또 하나의 에로틱 아이콘이라면 ‘가루지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대근은 옷 속에 패드 몇 장 넣은 걸로 만화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6  ‘미녀는 괴로워’의 강한나 혹은 제니

김아중의 재발견. 뚱녀와 미녀 사이를 오가며 그녀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젖어들었고,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충분히 만화처럼 만들 수 있는 소재였지만, 철저히 영화로 접근한 것이 이 영화의 성공비결. 다시 생각해 보면 외모와 내면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라는 꽤 심각한 테마를 지닌 영화다.

5  ‘이끼’의 천 이장

윤태호의 웹툰 캐릭터와 비교되며 논란이 있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정재영이 맡은 ‘이끼’의 천 이장은 두꺼운 노인 분장을 걷어내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유해진·김상호·허준호·박해일·유준상·유선·김준배 등이 빚어내는 탄탄한 앙상블은 캐릭터의 성찬을 맛보게 한다.

4  ‘타짜’의 타짜들

고니·평경장·고광렬·정 마담 그리고 아귀와 짝귀. 그 전설의 ‘꾼’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고 했을 때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으나,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정 마담이 된 김혜수는 물 만난 고기였고, 김윤석의 아귀는 영화를 삼키는 듯한 강렬함이었다. 현재 2편 기획 중.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3  ‘비트’의 민

“스무 살, 나에겐 꿈이 없었다.” 두 팔을 벌리고 오토바이를 타는 민, 아니 정우성의 모습은 90년대 청춘의 초상이었다. ‘비트’의 미덕은 유오성의 태수와 임창정의 환규 같은, 큰 비중이 아니었던 인물들도 확실한 캐릭터로 부각시킨 점. 만화 각색의 가장 뛰어난 사례 중 하나다.

2  ‘이장호의 외인구단’의 오혜성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오랜 기간 만화 원작에 별 관심 없던 충무로를 환기시켰고, 당대 최고의 만화 캐릭터 오혜성은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 최재성과 만나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순애보의 화신이여, 영원하라!

1  ‘올드보이’의 오대수

영화 ‘올드보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일본만화 한 편은,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을 만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살던 사나이 오대수(최민식)가 복수의 장도리를 휘두르고 결국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이야기. 최민식은 원작 캐릭터에 날을 세웠고, 박찬욱 감독의 비주얼엔 눈을 찌르는 듯한 그 무엇이 있었다. 우진 역의 유지태와 미도 역의 강혜정도 발군.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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