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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스마일 검찰 - 창원 지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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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회전문을 밀고 들어서면 '웃음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쓰인 어깨띠를 맨 직원들이 90도로 허리를 꺾어 절하며 음료수를 한병씩 나눠준다. 백화점이나 은행이 아니다. 고압적 분위기가 상징인 검찰청사다. 경남 창원지검 현관에서 매일 아침 벌어지는 풍경이다.

출근길 인사는 오전 8시20분부터 50분 동안 청사 현관과 민원실 입구, 구내식당 앞 등 세곳에서 이뤄진다. '스마일 프런티어 '로 불리는 인사당번은 검사를 비롯해 전 직원이 돌아가며 맡는다. 일과 시간 중에도 직원들은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바닥에 그어진 스마일 라인에 서서 웃으며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 운동은 문영호 검사장의 제안에 따라 7월 스마일운동본부가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두달에 한번씩 '웃음 안내자'를 초청, 특강을 듣고 스마일 왕과 여왕을 뽑는 '스마일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가수 김도향씨, 한국 웃음연구소 이요셉 소장, 주선희 인상학 전문가가 초빙돼 '웃으며 사는 법'을 강의했다. 특강이 끝나면 직원 가족들의 장기자랑, 소감 발표 등이 이어진다.

처음엔 많은 직원이 어색해하고 귀찮아했다. 검찰이 약해 보여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스마일 운동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공안부 조재호 검사는 "피고인이나 참고인들을 편안하게 대하니 오히려 성실하게 진술하더라"고 말했다. 총무과 김형준 주임도 "벌금을 내고 가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웃음은 분위기뿐 아니라 피의자 인권보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운동을 시작한 뒤 창원지검은 경찰이 구속 송치한 피의자 54명을 불구속 수사토록 했다. 경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 103명을 검사가 직접 면담해 45명의 구속을 취소했다.

스마일 운동이 화제가 되면서 주변 관공서, 기업체 등에서 벤치마킹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청.경남병무지청.부산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10여 기관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문영호 검사장은 "이 운동이 전국에 퍼져 우리 사회 전체를 밝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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