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거품빼기 제약사와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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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은 지난 1월 말 취임한 뒤 약가(藥價) 거품을 빼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제약사·약사회 등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그는 5개월여의 재임기간에 ▶약가 인하 조기 시행▶저가구매 인센티브제▶최저가격 인하제▶약가 재평가제도 등의 약값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가령 의료기관이 1백원짜리 약을 60원에 구매할 경우 깎은 돈 40원을 건보공단과 병원이 나눠먹도록 해 저가구매를 유도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이는 음성적 거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부닥쳐 사실상 중단됐다.

최저가 인하제 역시 "상거래 질서에 맞지 않고 약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지적에 제동이 걸렸다. 준비 기간 없이 7백여개의 약품 가격을 9% 가량 내리려다 약국들의 반발에 부닥쳐 한달 늦추기도 했다.

약가 인하 정책과 관련, 제약사 10여곳이 행정조치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거나 준비 중일 정도로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올 들어 미국 무역대표부 헌치만 부대표 외에 허버드 주한 미 대사가 두차례 장관실을 방문했다.

다국적 제약사 사장단, 한국노바티스 사장과 스위스 본사 임원,주한 스위스 대사 등도 李전장관과 면담했다. 이런 움직임에 李전장관은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릴리의 이기섭 부사장은 "고가약을 무조건 비난할 게 아니라 약효가 좋아 전체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면서 "李전장관에게 이런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지 로비·압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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