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외보다 더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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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학원보다 더 재미있어요."

10일 오후 3시 강북구 수유3동 동사무소 2층 회의실에는 초등학생 열다섯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한자인지 아는 사람?" 스물을 갓 넘긴 대학생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저요! 저요!"하며 고사리 손을 들었다.

한 아이가 틀린 답을 하자 "까르~르"하는 웃음과 함께 "선생님! 저는 알아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틀 전부터 과외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백승만(12·수유초등 5년)군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다닐 수 있어 아침부터 과외교실이 기다려진다"며 즐거워했다.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가 '동네교실'로 변신하고 있다. 강북구를 비롯해 노원·강동·성동·광진구 등 서울시내 7개 구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동사무소 공간을 이용해 무료 학습교실을 열고 있다. 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은 물론이고 미술과 한자교실 등도 인기다.

과외교실 선생님들도 눈길을 끈다. 해당 구청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한 대학생 가운데 영어·수학 등 관련학과를 전공한 대학생을 가려 뽑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동네에 사는 교사출신 주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강북구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영미(24·경희대 수학과 4년)씨는 "우리 동네에 사는 동생이나 조카들을 가르치는 것 같다"며 "개인 과외보다 힘은 들지만 보람은 몇갑절"이라고 말했다. 성동구에선 무보수인데도 자원봉사 선생님이 너무 많이 몰려 선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과외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크게 만족한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주민자치센터 과외교실에 보내는 김현숙(35·성동구 행당동)씨는 "집에서 가깝고 학원비 부담도 덜 수 있어 1석2조"라고 말했다.

수유동에 사는 김선덕(40)씨는 "가정형편상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일은 엄두도 못냈다"며 "저소득층 자녀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보니 방학이 끝난 뒤에도 과외교실을 계속 운영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강북구는 관내에 살고 있는 퇴직 교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개학한 뒤에도 '방과 후 과외교실'을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노원구에는 과목을 늘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각 구청의 여름방학 과외교실 운영비는 1천8백만원선. 예산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아 과외교실을 운영하는 자치구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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