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파울’의 승패 맞히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월드컵이 끝났다. 이번 대회의 화제 중 하나는 예언자 문어 ‘파울’이었다. 그는 독일이 치른 모든 경기의 승패와 스페인의 우승까지 정확히 예측했다. 반반의 확률이지만 신기한 일이다. 이 경우 파울은 경기의 승자를 ‘맞힌’ 것일까 ‘맞춘’ 것일까. 아래 예문을 통해 알아보자.

ㄱ. 그는 선생님이 낸 문제의 답을 다 맞췄다.

ㄴ. 친구는 돌멩이를 던져 사과를 맞췄다.

ㄷ.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서로 답을 맞혀 보았다.

ㄹ. 그 선수는 탈골된 팔뼈를 맞추고 다시 뛰었다.

‘적중하다’의 뜻일 때는 ‘맞히다’를 쓰고, ‘대상끼리 서로 비교하다’ ‘대조하다’의 뜻일 때는 ‘맞추다’를 쓴다. 그래서 ㄱ처럼 ‘정답을 골라내다’란 의미이거나 ㄴ처럼 ‘어떤 물체에 맞게 하다’란 뜻일 경우는 ‘맞히다’가 옳다. ㄱ, ㄴ은 ‘맞췄다’가 아니라 ‘맞혔다’로 써야 한다. ㄷ은 친구의 답과 내 답을 서로 대조해 보는 것이므로 ‘맞추다’가 옳다. ㄹ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가져다 붙이는 경우’에도 ‘맞추다’를 쓴다. 파울의 사례는 ‘맞히다’가 옳다.

김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