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의 '떡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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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홍업 비리의 한쪽에서 드러난 '국정원장의 떡값'은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전·현직 국정원장이 金씨에게 명절 떡값·휴가비·용돈 명목으로 각각 2천5백여만원과 1천여만원을 줬다는 것은 돈의 액수를 떠나 그런 관행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갖게 한다.

떡값이 국정원의 공금이 아닌 본인들의 주머닛돈이라는 게 두 사람의 해명이다. 법적으로 걸릴 것이 없다지만 문제의 떡값은 격려의 뜻과 달리 金씨 부패 행각의 환경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용돈을 챙겨줬다는 사실 자체가 金씨의 이권 개입을 부추겼을 것이라는 의심을 낳게 한다. 금감원·검찰 등에 거리낌없이 청탁할 수 있는 이권 개입의 권력 면허증으로 '국정원장 떡값'이 활용됐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국가 공권력이 대통령 둘째 아들에게 이런 식의 접대를 해온 게 김대중(DJ)정권의 권력 관행이었는지 여론은 준열하게 묻고 있다."형님, 아우"하며 끼리끼리 해먹은 것에 분통을 터뜨려온 국민은 문제의 떡값 대목에서 기가 막힌다. 떡값 성격도 격려금이라기보다 오히려 대통령 둘째 아들의 국정 영향력을 의식한 냄새가 난다는 지적은 DJ정권의 품격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터진 각종 부패 게이트에 김은성 전 2차장 등 국정원 수뇌부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임동원 청와대 특보의 국정원장 재임 시절에 그 비리가 대부분 자라났음이 드러났다. 원장 시절 국정원이 홍업씨가 사실상 맡아온 아태재단에 지원한 연구용역비 4천5백만원이 떡값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를 추가로 파헤쳐야 한다. 대통령 아들의 존재 앞에 초라한 모습을 드러낸 국정원의 분발이 절실하다. 남북문제에만 집중한 탓에 국정원 간부들이 개입한 비리에 대해 침묵해 왔던 특보도 이번 기회에 홍업씨 관련 문제에 대해 소상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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