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제2부 薔薇戰爭제4장 捲土重來:적 포용… 신무왕 즉위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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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애왕이 죽은 후 김양은 좌우장군을 명하여 기사를 거느리고 마침내 왕성을 수복하였다.

이때 김양은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본래 원수를 갚으려한 것이므로 지금 괴수가 죽었으니, 의관(衣冠, 상류층 귀족) 사녀들과 백성들은 각각 편안히 거처하여 경거망동하지 말지어다."

김양의 군사가 서라벌을 수복하면 잇따른 보복과 잔인한 복수가 시작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던 귀족들은 김양의 말에 일차 안도하였다.

실제로 배훤백이 잡혀왔을 때 보인 김양의 행동은 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안심시켰던 것이었다.

배훤백은 김명의 심복 부하로 일찍이 김명의 무리들이 적판궁으로 쳐들어와 김균정을 살해할 때 숙위하던 김양을 쏘아 다리를 맞췄던 적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철천지 원수인 배훤백이 잡혀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양은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옛말에 이르기를 '척구폐요'라 하였다. 즉, 도척이 기르는 개는 요임금 같은 성인을 보고도 짖는다는 뜻이다."

김양이 말하였던 척구폐요(狗吠堯)는 사기에 나오는 말로, 사람은 각기 자신의 상전을 위해 선악을 가리지 않고 충성을 다함을 비유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김양은 배훤백에게 다시 말하였다. 그 말의 내용이 사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개는 제각기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짖는 것이다. 네가 너의 주인을 위해 나에게 활을 쏘아 쓰러뜨렸으니 너는 의사(義士)다. 내가 괘념치 아니할 것이니, 너는 안심하고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김양은 그대로 배훤백에게 다시 말하였다.

"자, 이제 주인은 죽었으니, 이제 너는 누구를 따라 충성을 보일것이냐."

그러자 배훤백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신에겐 오직 나으리 뿐이나이다."

이 모습을 보고 '배훤백이 저러하니 다른 사람들이야 무엇을 근심하리오'하면서 감동하며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민심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려는 고도의 심리전 덕이었다. 이미 김명이 죽고 원수를 갚았으므로 더 이상의 복수는 필요 없고 오직 발 빠른 민심 수습책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양은 자신의 장인이었던 이홍에 대해서는 냉정하였다. 배훤백의 목숨을 살려주었다는 말을 들은 이홍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 한때 자신의 사위였던 김양에게 구명을 선처하였다. 그러나 김양은 이를 단호하게 물리치고 말하였다.

"배훤백이 화살을 쏘아 내 다리를 맞춘 것은 도척이 기르는 개가 자기의 상전을 위해 성인을 보고 짖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이홍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은 천하의 권세를 얻기 위함이었소이다. 그러므로 이홍은 마땅히 자신이 섬기던 주군을 따라 목숨을 버려야 할 것이오."

이 말을 전해들은 이홍은 화를 두려워하여 처자를 버리고 산림으로 도망가 숨었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4월.

궁궐을 깨끗이 하고 시중 김우징을 맞아 즉위케 하니, 이 이가 곧 신라45대 왕인 신무왕(神武王)이었다.

이 때가 839년 4월.

『삼국사기』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기록하고 있다.

"신무왕이 즉위하였다.

위는 우징이니, 원성대왕의 손자인 상대등 김균정의 아들이요, 희강왕의 종제였다. 김양과 예징 등이 이미 궁궐을 확청한 후 왕을 맞아 즉위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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