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발레리나 :몸짓으로 말하는 '까치발 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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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무대 위에서 예쁜 발레복을 입고 토(toe)슈즈를 신은 채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線)을 만들어내는 발레리나.여자 어린이들은 한번쯤 발레리나가 되고싶다는 꿈을 꾸곤 하지요. 국립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 김주원(25·여)씨를 이원대·배희원 중앙일보 어린이 명예기자와 함께 만나봤어요.

Q.어떻게 발레리나가 됐나

A.어릴 때부터 그림·피아노·성악 등 여러가지를 배워봤어요. 다른 건 싫증이 났는데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발레는 적성에 맞았어요. 선화예술중학교로 진학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 러시아의 발레학교로 유학을 갔어요. 발레를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다행히 재능을 인정받았고 지금까지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왔어요.

Q.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A.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발레만 하다가 집으로 가요. 국립발레단에서 맡고 있는 주역 리허설에 걸리는 2~3시간을 제외하고도 외부 초청 공연, 해외 갈라 등을 별도로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는 연습을 하고, 남들이 일하지 않는 주말·어린이날·크리스마스 등에는 무대에 서지요. 연습을 하루라도 쉬면 몸의 근육이 다 깨어나지 못해요.

Q.식사량 조절은 어떻게

A.많이 먹어요. 밥 한그릇은 뚝딱이죠. 발레는 근육과 뼈를 많이 사용하는 과격한 운동이라 먹지 않으면 힘이 없어서 안돼요. 다만 연습 시간을 맞추느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지 못해 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요. 워낙 운동량이 많아서 늘 초콜릿과 사탕을 먹어요. 살을 빼려면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것 못지 않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요.

Q.발레를 하지 않았다면

A.발레를 하지 않았다면 공부 등 몸을 쓰지 않는 일을 했을 거예요.공부도 꽤 잘했거든요. 발레리나는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2시간이 넘는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소화하려면 집중력이 좋아야 해요. 발레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학창 시절의 추억을 갖지 못하는 등 사생활을 모두 희생했어요. 살아가다 보면 그런 경험이 필요한 때가 올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만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온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Q.발레란

A.발레는 종합예술이에요.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동 받을 수 있지요. 동화에서 따 온 게 많아 어린이들이 보기에도 쉬운 내용이랍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움직임을 보면서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지요.

Q.발레를 배우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A.요즘 공부랑 게임만 하느라 자세가 나쁜 어린이들이 많아요.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되지만 바른 자세를 만드는 기능이 더 중요하죠. 자세가 바르면 혈액순환도 잘 돼서 건강도 좋아져요. 또 발레를 배우면 이상하게 걷게된다며 꺼리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 발레리나처럼 10년 이상 발레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Q.발레리나가 되려면

A.9~10세쯤에 시작하는 게 제일 좋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토 슈즈를 신고 무리하게 배우면 오히려 기본을 망가뜨리기도 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죠. 국내에 발레 학교는 없지만 국립발레단의 문화학교, 예술종합학교의 예비학교 등 학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실력을 쌓아갈 수 있어요. 발레에는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답니다. 무대에 선 사람의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거든요.

정리=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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