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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해진 하드웨어 상업성 극복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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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1일 재단법인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예술의전당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공간(아트센터)인 세종문화회관은 국공립 예술기관·단체의 민영화 추세에 발맞춰 대변혁을 거듭해왔다. 관료적 이미지를 벗고 효율적인 예술경영을 추구해온 지난 3년간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짚어본다.

편집자

▶전시·공연 공간의 확충=대극장·소극장·갤러리·국제회의실·소회의실 등 기존의 5개 공간에서 미술관 신관(소극장 건물 1층)·별관(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구내), 뮤지컬·퍼포먼스 전용극장을 보탰다. 또 삼청각을 전통예술 체험의 장으로, 소회의실을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콘퍼런스홀로 리모델링했다. 전문 큐레이터를 영입, 전시 기능을 강화해 종합 아트센터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관객 편의시설 확보 및 개·보수=화장실 개·보수 공사와 함께 종합 안내데스크 인포숍과 아트피아·유아방을 설치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카페테리아를 갖춘 대극장 로비는 종일 시민들에게 개방해 도심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2000년 문화부 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 평가 문예회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후원회 조직=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2001년 6월 후원회를 출범시켜 지난 4월 현재 4억2천여만원의 후원금을 적립했다.

▶상업적 대중 예술에 치중=대관·매표 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중음악·뮤지컬의 대관·기획공연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클래식 예술을 홀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흥행성이 보장된 외부 대관공연을 공동 주최해 재정자립도는 높였지만 세종문화회관의 대외적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다.

단적인 예로 오는 12일부터 8월 4일까지 대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 때문에 서울시향은 15일 정기연주회 무대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옮겼다. 클래식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출범했으나 결국엔 산하 단체마저 다른 극장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처지다.

▶전시 예술행정=대형 현수막과 전광판을 설치해 행사 개최를 알리고 있지만 엄청나게 몸집이 불어난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의 부족은 여전하다. 로비 개방, 거리 응원이나 분수대 광장 축제로 주변에 모여드는 단순 방문객의 숫자는 늘어났으나 이들을 유료 관객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미흡하다.

▶산하 단체와의 갈등=청소년음악회·베르디 1백주기 갈라공연 등 기획공연에서도 서울시향 아닌 외부 단체를 출연시켰고, 삼청각 프로그램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을 활용하지 않고 적잖은 연주료를 지불하면서 외부 인력을 출연시키는 것은 예산 낭비다.

재단법인 출범 초기에 서울시향 오디션과 관련해 노조와 갈등을 일으켰고 서울시립오페라단의 해체 문제로 음악계 여론의 화살의 표적이 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과제=가장 시급한 것은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대극장 개·보수다.공연 실황녹음으로 CD를 제작할 수 있고, 관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TV 생중계를 할 수 있는 음향 시설을 갖춰야 한다.

아트센터에 걸맞게 시민들이 언제든 영상매체로 공연물을 즐길 수 있도록 멀티미디어 도서관도 들어서야 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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