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이혼 늘고, 교육·통신비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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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60.1%)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교육비와 건강보험료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더 깊어지고 있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고,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는 가정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올해 발표된 각종 통계를 묶어서 펴낸 '2004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모습은 이처럼 우울하다. 이 지표들은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종합한 것이어서 조사가 실시된 연도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다양하다.

◆ 우울한 사회상=경기 침체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올초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 중 56.4%만이 일자리를 구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도 77.2%로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어렵게 취업을 한다 해도 상대적인 박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직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 종사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고위 관리자의 임금은 2002년 177.6에서 2003년 183.4로 높아졌지만 단순 노무직 임금은 59.1에서 57.9로 더 낮아졌다. 반면 생활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가구주의 77.2%는 교육비가 가계를 꾸려가는 데 부담이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교육비 부담을 느끼는 가구의 65%는 사교육비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월평균 가구당 교육비(2004년 기준)는 49만4000원이었다. 또 90년 4만7000원에 불과했던 1인당 연간 건강보험 부담액은 지난해 29만4000원으로 급증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93년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는 가정이 전체 이혼의 2.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6.4%를 기록했다.

또 사기 등 재산과 관련된 범죄가 47만여건 발생해 2002년보다 13.2% 늘었다. 술 소비도 값싼 소주가 맥주보다 많이 팔렸다. 지난해 1인당 소주 출하량은 26ℓ로 전년보다 5.7% 늘었으나 맥주는 53.1ℓ로 3.3% 줄었다.

◆ 달라진 생활상=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90년 인구 100명당 0.2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00명당 70명꼴로 이동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3년 1.8%에서 지난해 6.5%로 늘었다. 대학을 가려는 이유도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고생의 47.3%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대학에 가려 한다"고 답했다. 소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5.7%에 그쳤다. 승용차 보유 대수는 늘었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점점 줄고 있다. 90년엔 10만명당 28.8명이 교통사고로 숨졌으나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15명으로 떨어졌다.영양 상태는 좋아져 한 사람당 하루 평균 지방질 섭취량이 80년 36g에서 지난해 84g으로 늘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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