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00년 위해 변신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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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윌밍턴(미 델라웨어)=표재용 기자]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와 워싱턴시 중간에 위치한 델라웨어주의 소도시인 윌밍턴은 요즘 거리 곳곳이 온통 축제분위기다. 이 지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화학그룹 듀폰사가 오는 19일 창사 2백돌을 맞기 때문이다. 거리 곳곳엔 듀폰 창립 2백주년을 알리는 깃발이 내걸렸으며, 듀폰 제품을 원료로 한 각종 조형물도 길목마다 세워져 있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은 대략 30년 안팎. 하지만 듀폰은 두세기가 지나도록 놓치지 않은 '글로벌 리더 기업'의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1백년을 준비하면서 종합과학회사로 또 다른 변신을 하느라 분주하다.

◇장수기업의 바탕은 기술 중시="EI 듀폰이 1802년 조그만 화약(건파우더) 제조업체로 문을 연 듀폰의 역사는 미국 산업계의 연구·개발(R&D)발전사다."

지난달 26일 전세계 1백여명의 기자단을 초청한 가운데 연 '듀폰 2백주년기념 기업 설명회'자리에서 듀폰 기업사의 저자인 애드리언 킨나인은 이렇게 정의했다. 실제로 듀폰은 1902년 미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먼저 대규모 R&D연구소를 만드는 등 과학 기술을 이용한 제품 개발을 '경영 원칙'으로 삼아왔다.

듀폰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음하는데 결정적 발판이 된 것은 1935년 합성섬유류의 '보통명사'가 돼버린 나일론을 개발하면서부터다.

듀폰은 지난해에도 총 매출액 2백47억달러(순익 43억달러) 중 16억달러(약1조9천억원)를 연구 개발비로 쏟아부었다. 현재 듀폰은 의류·생활용품·전자·농업·식품·영양 등 여러 분야에서 1천8백여종의 산업용 소재를 생산·판매한다.

'과학 제일주의'가 핵심 경영전략인 만큼 전세계 11개국 75곳에 근거를 둔 연구소들은 '듀폰의 심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저스틴 카리시오 듀폰 본사 홍보 책임자는 "경영환경이 나빠져도 한번 책정된 R&D예산은 절대 줄이거나 손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학회사에서 '종합과학회사'로=듀폰은 97년 식품과학전문회사인 미 PTI사를 인수한 뒤 '제8 대륙'이란 제품을 앞세워 두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간 화학·섬유 메이커로만 인식돼온 듀폰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아 변신을 시도하는 사례다. 듀폰은 지난 2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조직을 ▶전자·통신기술▶기능성 소재▶코팅·컬러기술▶안전·보호▶농업·영양 등 다섯개 부문의 성장형 사업부로 나눴다.

이 중 듀폰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문이 바로 전자와 바이오 테크놀로지 다. 홀리데이 회장은 "1백년을 내다보는 듀폰의 장기적 전략을 반영해 사업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듀폰은 성장 기반이 돼 온 섬유사업부문(직물·인테리어)을 그룹에서 떼내는 모험을 하고 있다.

섬유독립 회사의 총책임자인 듀리처드 R 굿맨슨 수석 부사장은 "직물 인테리어 자회사는 내년 말까지 분할해 주식시장에 따로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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