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응태세 잘못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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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서해 도발과 관련해 우리 군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먼저 이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의 선제공격에 대한 즉각 응징을 무디게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안보와 햇볕은 두개의 다른 축이라고 말하면서도 군 수뇌부가 즉각 응징을 못할 만큼 해이했다는 여러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고속정과 함께 작전을 해야 할 우리 초계함이 함포 유효 사거리를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작전대응이 너무 허술했음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군 지휘부가 말하는 교전규칙의 문제점도 즉각 대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고에서 사격까지 이르는 5단계 교전규칙이 너무 길고 번잡하다. 차단기동 과정을 줄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인데도 지금 와서 교전규칙의 비효율성만 탓하고 있으니 이 또한 우리 안보 지휘부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측면이다.

결국 참수리 357호의 침몰과 해군 장병의 사상에 따른 참담함을 안긴 1차적 책임은 군 지휘부에 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4대 수칙이 방어와 확전(擴戰)방지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서 NLL을 침범해 우리 함정을 격침시킨 북한 함정까지 유유히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교전규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도발한 북한 경비정은 인근에서 초계 작전 중이던 우리 함정이나 F-16기의 반격이 없는 가운데 귀환했다. 이에 대해 함참의장은 "전면전으로 확전될 것을 우려해 사격을 못했다"고 구차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제대로 성공하자면 '북의 도발 불용'이라는 안보에 대한 확신이 바로 서야 한다. 1999년 서해교전 당시 확실한 응징이 있었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했고 여러 경협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군사적 대응에서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면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분명히 우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과와 재도발 방지를 약속하는 회담을 열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일체의 경협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맺고 끊는 확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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