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공동개최 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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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2 한·일 월드컵은 21세기 첫 월드컵이자 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공동 개최한 대회였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2인3각을 이루게 돼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대회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고, 세계는 찬사를 보냈다. 양국 조직위 역시 만족감을 표했다.

한국조직위(KOWOC)와 일본조직위(JA WOC)는 1996년 월드컵 공동 유치 이후 조성된 경쟁 분위기 속에서도 상호 협조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구축한 신뢰관계가 성공적인 월드컵을 이끈 배경이 됐다.

특히 훌리건 대책은 양국 조직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낸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인터폴 등 국제 치안조직과 연계,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처했다. 그 결과 훌리건의 난동을 포함한 안전사고는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협력도 활발했다.일본 왕실 인사의 개막식 참석, 대회기간 무비자 여행과 한·일간 수송대책, 일본 내 원화 환전, 테러 정보 공유 등 조직위 차원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을 당국간의 상설 협의채널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두 나라가 단독 개최를 전제로 월드컵 유치에 나섰다가 공동 개최로 낙착되면서 경기장 등 시설물에 대한 중복투자가 불가피했다. 첨단기술로 지어진 각 경기장에서는 겨우 서너 경기밖에 열리지 못했다.

미셸 젠-루피넨 사무총장이 "이번 대회에 FIFA가 지출한 돈은 98년 프랑스 대회의 두배인 8억스위스프랑(약 6천5백억원)"이라고 밝혔듯 극도의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FIFA 역시 출혈이 불가피했다. 이같은 부담은 향후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한 FIFA 내부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양국 조직위가 50대 50의 대등한 지분을 갖다 보니 FIFA의 독주나 전횡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번 월드컵의 '옥에 티'였던 경기장 공석사태만 하더라도 FIFA가 입장권 판매 및 숙박·교통 대행업체로 강력히 천거한 영국 바이롬사의 자질 미비에서 비롯했다.

외국 기자들과 응원단 사이에서는 양국을 오가느라 너무 힘들다는 불평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은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양국이 공동개최한 이번 월드컵을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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