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해도발:大選까지 영향권'서해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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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6·29 서해도발'이 정치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8 국회의원 재·보선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현 정권이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 햇볕정책의 공과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핵심 선거 쟁점으로 부각할 채비를 하고 있다."5년 동안이나 국론을 분열시켜 가며 북한을 도와준 결과가 고작 이거냐"라는 국민적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30일 '금강산 관광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여론을 감안해 상황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은 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햇볕정책 전면수정 요구로 공격 범위를 확대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난감한 처지다.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강력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금강산 관광 중단 요구에 대해선 즉각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면 결국 햇볕정책 전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곤혹스런 입장이다. 그동안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대북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규정하는 데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의 서해도발로 이런 대목들이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르면서 8·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공격 소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선정국까지 논쟁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盧후보 측이 제기했던 'DJ와의 차별화'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 같다. 金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서해교전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이념갈등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일부 중부권 출신 의원들은 盧후보의 이념적 성향에 동조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이번 사태가 이들에게 공격과 탈당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개각 등 임기말 정국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판 여론 무마 차원에서 앞당겨질 수도 있으며, 이 사태를 수습한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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