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문·방송사 합병으로 몸불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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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언론이 대대적인 몸불리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전국 언론기관에 '크게 강하게(做大, 做强)'정책을 주문한 결과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경쟁력'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 언론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 중국 언론사들의 체질을 국제급으로 강화시키자는 취지다.

대외 개방의 기관차 격인 광둥(廣東)성 선전(深?)시에선 최근 당기관지인 '심천특구보(深?特區報)'와 시정부 기관지인 '심천 상보(商報)'가 자산 규모 50억위안(약 7천5백억원)의 새로운 언론 집단(集團·'그룹'이라는 의미)으로 합병한다. 각각 60만부(연간 광고수입 6억위안), 50만부(연간 광고수입 2억위안) 규모의 두 신문사가 하나로 합칠 경우 광둥성 최대 일간지 광주일보(廣州日報)를 제치고 광둥성의 대표 신문사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맞서 광둥성의 유력지인 남방일보(南方日報)와 양성만보(羊城晩報)도 합병을 모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신문사간 합병을 통해 2천2백여개의 신문이 난립한 현재의 언론 시장을 5~6년 안에 10여개의 '빅 페이퍼' 중심의 과점시장으로 재편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내로라하는 국제 언론사에 맞서려면 '항공모함' 혹은 '연합함대'체제로 맞서야 한다는, 일종의 '연환계(環計)'인 셈이다.

경쟁력이 없으면서도 합병에 소극적인 군소 신문사에는 가차없이 정간(停刊) 등 행정 조치가 떨어진다. 끝까지 저항할 경우 아예 폐간까지 시킬 기세다. TV·라디오방송,영화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목표는 '3·3 체제'다. 라디오·공중파 TV·영화와 유선 TV·영화 TV·교육 TV를 각각 하나의 경영 체제로 묶자는 구상이다. 2000년 12월 후난(湖南)성에서 처음으로 방송·영화집단이 탄생한 이래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장쑤(江蘇)성 등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홍콩 언론들은 "중국 정부의 언론사 합병정책에는 국유 언론을 대규모 언론집단으로 키운 뒤 이를 통해 과거의 '직접 언론통제'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간접 통제'를 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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