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멕시코만에 ‘희망의 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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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로봇 잠수함의 팔이 10일 멕시코만 해저에서 돔 설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 달 넘게 이어져온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새로운 유정 차단 돔과 방제선 투입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10일(현지시간) AP 등 해외 언론들은 미 연방 해안경비대를 인용, 사고 유정에 설치된 기존의 차단 돔 대신 좀 더 효과적인 새로운 돔을 설치하는 작업이 9일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또 유출된 원유를 수거하기 위한 세계 최대의 원유 방제선인 ‘고래(Whale)’호도 현장에 투입됐다. 미 당국은 돔과 방제선이 제 역할을 할 경우 12일부터 유정에서의 원유 유출을 막을 뿐 아니라 이미 새어나온 기름도 거의 수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장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번 작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고 밝혔다.

방제당국은 새로 설치되는 돔이 유정의 분출구를 효과적으로 덮어 새나가는 원유량이 획기적으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돔 설치 작업은 12일 오전에 완료될 예정이다.

또 원유 수거를 위해 투입되는 초대형 기름 제거선인 고래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이 배는 아랫 부분에 뚫린 12개의 구멍으로 기름과 해수를 동시에 빨아들인 뒤 내부에서 이를 분리해 물만 내보내는 설비를 장착하고 있다. 이 배는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원유·광물 운반을 위해 건조해 대만 해운회사인 TMT에 납품한 선박이다. TMT는 최근 멕시코만 방제를 위해 이 배를 기름 제거선으로 개조했다. 기존에 투입된 소형 방제선보다 약 250배의 방제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유정을 돔으로 덮어 유출되는 원유를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원유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은 유정에 다른 구멍을 뚫어 그 쪽으로 원유를 뽑아내거나 기름이 새나오는 파이프에 시멘트와 진흙을 투입, 원유 유출을 영구적으로 막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BP 파산할까=뉴욕 타임스(NYT) 등 일부 언론은 최근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BP가 손해배상과 사고 수습비용 등으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BP가 260억 달러(약 31조원)의 자산을 가진 대형 석유회사지만 유출된 원유가 멕시코 만류와 만나 미 동부 해안과 쿠바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에까지 피해를 끼칠 경우 피해보상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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