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어가 키워준 건반실력 뽐낼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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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오는 7월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본사 초청으로 내한 공연을 하는 뉴욕필하모닉(음악감독 쿠르트 마주어)의 협연자로 함께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헬렌 황(20).올해 뉴욕필과 데뷔한 지 10주년을 맞는 그가 서울 공연을 앞두고 기자와 e-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쿠르트 마주어를 어떻게 처음 만났나.

"1992년 뉴욕필 주최 영 아티스트 컴피티션 결선 때 객석에 앉아 있는 그를 처음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쿠르트 마주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마주어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그땐 몰랐다. 객석에 앉아 있는 한 노신사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둘러싸여 뭔가 의논하고 있었다. 나는 약간 두려움을 느끼면서 저 분이 마주어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발이 짧아 페달을 움직이는 보조장치를 사용했다. 피아노 의자가 너무 낮았는데 한 멋쟁이 여자분이 다가와 전화번호부를 깔고 앉으라고 했다. 그때 마주어가 소리쳤다. '서둘러요. 꼬마 아가씨가 연주하려고 하잖아요!' 그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몇년이 지난 후부터 우린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됐다."

열살 때 잠재력 발견해준 스승

-마주어는 오랫동안 당신의 후견인을 자처해왔다. 당신의 스승이라고 해도 괜찮은가.

"말하자면 그렇다. 그는 추진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연주자가 어릴 땐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내 무대 경력을 쌓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당시 경연대회에 출전해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무대에서 별로 떨지 않았나.

"어릴 땐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 무대에 올라가 재미있게 연주한 것뿐이다."

-뉴욕필 콩쿠르에 입상하기 전에도 콩쿠르에 출전한 적이 있나.

"일곱살 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영 아티스트 컴피티션에서 입상했다."

이번엔 쇼스타코비치 곡 연주

-이번 내한 공연에서 뉴욕필과 어떤 작품을 연주할 계획인가.

"첫날(7월 1일)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지난 4월 뉴욕필과 같은 곡을 연주했다. 오히려 협주곡 제1번이 더 널리 연주된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교향악단의 순회공연에서 연주되는 협주곡은 대개 스탠더드 레퍼토리가 대부분이다. 가령 베토벤 협주곡 같은 곡 말이다. 하지만 이 곡은 매우 새롭고 재미있고 매우 화려하고 재치가 넘치는 곡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열아홉살 아들 막심을 위해 썼다. 나와 나이가 비슷하지 않은가."

-뉴욕필과 연주해본 소감은.

"단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 어릴 때부터 단원들과 함께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다. 데뷔 이후 거의 매년 협연 무대에서 만났다. 어렸을 땐 뉴욕필과 협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음악 외에는 오케스트라와 대화할 기회가 없었지만 점점 친해졌다."

공연문의 02-399-111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헬렌 황 약력>

▶1982 일본에서 중국 교포 2세로 태어남

▶1985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

▶1990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영 아티스트 컴피티션 우승 후 협연

▶1995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수상

▶1996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독주회

▶1997 서울에서 요요마·장영주·장한나·아이작 스턴 등과 갈라 콘서트

▶2001 신년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협주곡 제23번 협연

▶현재 뉴욕 줄리아드 음대 2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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