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곡예사와 조수의 기묘한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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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길 (KBS1 밤 11시20분)=니노 로타의 유명한 주제곡이 올드 팬들을 오랜만에 기분 좋은 향수에 젖게 만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대표작이다.

유년 시절 서커스단에서 일하기도 했던 펠리니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신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전통에서 한발 비껴나 인간 내면의 고독과 향수를 시적인 영상 언어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펠리니의 아내이기도 했던 줄리에타 마시나는 온갖 학대에도 불구하고 천진한 미소를 잃지 않는 영원한 연인 젤소미나 역을 나무랄 데 없이 소화해냈다. 가학과 피학이 한데 섞인 기묘한 사랑의 파트너인 잠파노 역의 앤서니 퀸도 열연했다.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녔지만 어딘지 모자라는 소녀 젤소미나는 짐승같은 곡예사 잠파노에게 팔려 조수 노릇을 한다. 잠파노가 온 몸에 칭칭 묶인 쇠사슬을 끊는 연기를 하면 젤소미나는 북을 치며 춤을 추는 것.

어느날 잠파노가 질투 때문에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젤소미나는 심한 충격으로 정신 이상이 된다. 쓸모 없게 된 그녀를 버리고 도망친 잠파노는 세월이 흐른 뒤 젤소미나가 죽었다는 소식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데…. 원제 La Strada. 1954년작.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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