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22명 이르면 週初 한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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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이징·워싱턴=유광종·김진 특파원, 서울=이영종 기자] 베이징(北京)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1명과 지난 13일 중국 측이 강제 연행해간 탈북자 원모(56)씨 등 22명이 이르면 주초에 한국으로 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과 중국은 영사부에 보호 중인 탈북자들을 속히 서울로 보낸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막바지 협상 중"이라며 "탈북자들은 일단 중국 정부로 신병이 넘겨져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해외추방 형태로 한국에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중 캐나다대사관에 진입해 보호를 받고 있는 탈북자 2명과 21일 오후 한국대사관 본부건물에 진입한 金모(30)씨 등 여성탈북자 2명은 별도의 수순을 밟아 한국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베이징 소식통은 "이르면 이번주 초 한국으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양측은 중국 공안당국의 공관 침입·한국외교관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측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당초 우리 공관이 보호 중인 탈북자를 인도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강제추방 형식으로 서울로 보내기로 한 것은 국제적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처리와 관련해 중국을 향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상 외로 거세자 결국 중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국무부는 22일 방미한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부부장에게 탈북자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할 방침이고, 한국 내에서는 탈북자 관련 단체들이 중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 반중 감정이 증폭하자 중국측이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21일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대변인이 "임신 8개월의 탈북여성 崔모(28)씨를 먼저 한국에 보낼 수 있다"고 밝힌 점은 이런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하지만 양국간 협상이 완전 타결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중국 공안당국의 공관 침입 및 외교관 폭행사건에 대한 중국측 사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가 그것이다.

한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공동발표문 형태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다. 사태 발생 초기 국가주권 침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담기는 수준에서 문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다.

그러나 중국측이 딱부러진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보다는 수사(修辭)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짓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막바지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측은 "한국 공관이 탈북자들의 한국행 통로로 이용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세우라"고 한국측에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양국이 공동발표문을 내놓는 것도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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