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보금자리 1조 이상 증액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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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부 부처들이 재정 당국에 요구한 내년 예산·기금의 지출 규모는 모두 312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6.9% 늘었다. 증가폭은 예년 수준이다. 국정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를 미리 설정하고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 제도’가 2005년 도입된 이후 일단 덮어놓고 예산을 많이 달라던 관행은 사라졌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요구를 집계해 ‘201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요구 현황’을 8일 발표했다. 9월까지 각 부처와 협의·보완하고 재정정책자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 뒤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50개 중앙관서가 요구한 내년의 예산 규모는 219조4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4조1000억원(6.9%) 늘었다. 기금 규모는 93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조원(6.9%) 증가했다.

◆국책과제 증액 요청 많아=국책과제와 의무지출 쪽의 증액 요청이 많았다. 우선 미래 대비 투자 분야의 증액 요구가 두드러졌다.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을 포함해 기술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요구가 15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5000억원(10.8%) 늘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1000억원 늘려 잡았다. 올해 국토해양부의 4대강 예산이 3조2200억원인 점에 비춰 3조3000억원가량을 요구한 셈이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 민생 안정을 돕는 국책과제인 보금자리 주택의 건설예산 요구액도 1조4000억원 늘었다.

복지 분야의 증액 요구가 거셌다. 기초생활보장, 기초 노령연금, 건강보험 지원, 중증 장애인연금, 4대 공적연금에 대한 의무지출로 모두 4조1000억원을 더 요청했다. 대표적인 의무지출인 지방교부세도 내국세 증가 전망에 발맞춰 4조7000억원 증액해 달라고 신청됐다. 국가부채 증가에 따라 국채이자 지급액은 3조5000억원이 추가됐다.

◆국방·외교·통일도 수요 커=외교통일 분야는 올해 예산보다 4000억원(11.8%) 늘어난 3조7000억원을 요구했다. 분야별 12개 예산 중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국제기구에 분담금을 더 내고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에 따른 것이다.

국방예산도 일반회계 기준으로 올해보다 2조원(6.9%) 늘어난 31조6000억원을 요구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위협과 미래전에 대비해 방위력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실어줬다. 반면 ▶농림수산식품 ▶환경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문화·체육·관광 등 4개 분야 요구액은 올해 예산보다 줄었다.

기획재정부 류성걸 예산실장은 “재정건전성 확보와 미래 대비 투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후속사업 추진 등 4~5개 기본 원칙에 따라 각 부처와 협의·조정을 해나겠다”고 말했다.

◆눈길 끄는 신규 이색사업=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퇴직 고령자와 주부 등 생계엔 걱정이 없지만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유휴 노동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공헌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업비로 40억원을 요구했다. 유급근로와 자원봉사를 결합한 이 사업에 참여하면 식비와 교통비 등 하루 8000원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 물품 구매쿠폰 또는 문화상품권을 살 수 있는 ‘나눔포인트’를 근로·봉사 시간당 2000포인트씩 지급할 계획이다.

육·해·공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병에게 EBS 학습교재 구입비를 지원해 고졸 검정고시 응시 기회를 주는 사업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1인당 연간 7만2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검찰청과 경찰청은 흉악범의 DNA 정보를 수집해 과학적인 범죄수사와 범죄예방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7월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른 것으로 올해는 장비 구축에 37억원이 투입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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