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야 가라" 격전 거듭 일부 선수 탈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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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한국팀의 가장 큰 적은 라울도 이에로도 아니다. 바로 이탈리아와의 연장 혈투로 쌓인 피로다.

지난 18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끝난 뒤 한국 선수 대부분은 극심한 피로 증세를 보였다. 최진철과 안정환 등 몇몇은 탈진해 응급 처치를 받기도 했다.

스페인 역시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한국보다 이틀 먼저 경기를 치른 덕에 그만큼 휴식 시간을 더 갖게 돼 유리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피로 회복 시간도 짧고 강팀과 격전을 치르느라 '베스트11'의 체력 소모도 훨씬 컸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축구 선수들이 전·후반 90분간 경기를 했을 경우 피로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사흘 정도로 본다. 그러나 한국은 친선 경기나 프로 리그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한 토너먼트 경기에서 1백17분간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 두배 이상의 피로가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훨씬 더 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 전문의 박원하 교수는 "연장전까지 모두 소화할 경우 농구 선수가 두 경기 반을 쉬지 않고 뛴 것과 비슷한 정도의 체력이 소모된다"면서 "이럴 때 보통 사흘 정도가 지나면 회복되지만 조별 리그부터 이어진 피로와 부상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5~6일은 지나야 컨디션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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