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T 민영화 꼬이고… SKT는 말 안듣고 정통부'짜증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KT와 SK텔레콤(SKT)의 상대방 보유지분 맞교환 협상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의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SKT는 지난달 KT의 민영화 입찰에서 11.34%의 지분을 확보해 KT의 1대 주주가 됐었다.

KT 민영화를 주관했던 정보통신부는 민영화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식 맞교환을 유도하기 위해 SKT에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고 있지만, SKT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 SKT 역시 잇따른 말바꾸기로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통신정책의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락가락 통신정책=정통부 관계자는 18일 "앞으로 SKT가 불법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되면 위반 정도에 따라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 신규가입자를 못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1월 SKT와 신세기통신의 합병 인가 조건에도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이 있다"며 "다음달 SKT가 이행현황 보고서를 내면 이를 조사해 위반사항이 있으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정통부의 이같은 강경조치는 7월 말에 있을 KT 주총 전에 KT와 SKT의 주식 맞교환 협상이 타결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통부 고위공무원도 "KT와 SKT의 주식 맞교환은 KT주총 이전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영화 입찰 결과가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재편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통부는 KT주식 입찰과정에서 수요 조사를 잘못해 삼성전자는 단 한 주도 얻지 못하고,SKT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정통부는 입찰 직후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가 "SKT가 KT주식을 처분하지 않는 것은 정부 정책에 배치된다"고 말해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말바꾸기=SKT의 잇따른 말바꾸기도 통신정책 혼선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SKT는 당초 '입찰 불참여'를 밝히다가 입찰 마감 직전 전격적으로 상한선까지 풀베팅했으며, 이후 KT주식을 10% 미만만 취득한다고 공언하더니, 불과 며칠 만에 이를 번복하고 11.34%의 지분을 확보해 KT의 최대주주가 됐다.

KT 주식 매입 이후에는 최태원 SK㈜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조만간' 혹은 '5월 말께' SKT가 KT 주식을 많이 보유한 이유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SK측은 이같은 말바꾸기가 입찰 전략의 하나라고 항변하고 있지만,재계 3위 그룹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