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회사마다 제각각 '최고 20%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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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무사고 3년째인 회사원 金모(35)씨는 자신이 타고다니는 트라제 차량의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최근 보험료 비교사이트 보험넷(http://boheom.net)을 방문했다.

어느 회사의 보험료가 가장 싼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대인·대물·자차·긴급출동 등 일곱가지 서비스를 넣어 본 회사별 보험료는 놀랍게도 무려 20% 가까이 차이가 났다. 66만7천7백60원(연간 보험료)을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55만2백10원을 받는 곳도 나온 것이다.

◇크게 낮아진 보험료= '운전 경력 3년째로 1천5백㏄ 소형 승용차를 굴리며 가족한정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35세 남자'. 금융감독원이 예시한 한국 표준운전자다.

이 운전자가 지난해 8월 이전 한 보험사를 통해 냈던 자동차보험료는 46만9천9백20원이었다.

그런데 8월부터 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된 뒤 계약을 갱신하고부터는 45만3천3백10원으로 줄었다.

가족한정이 아닌 모든 사람이 운전할 수 있는 기본가입자의 경우 65만80원에서 51만5천6백60원으로 무려 13만4천4백20원이 절약된다. 자동차보험료 자유화가 보여 준 일종의 '시장의 힘'이다.

◇할인 경쟁 가속화=그러다보니 보험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인터넷 보험까지 가세,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래픽 참조>

예컨대 나이·성별 등에 따라 고객 타깃을 정해 집중 할인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특정 나이 이상의 고객에게 좀더 할인 혜택을 주고, 여성 운전자보다 남성 운전자에게 1~2% 싼 보험료를 받기도 한다. 반대로 여성 고객을 우대하는 보험사도 있다.

에어백 등 안전 장치를 장착한 차량이나 새 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도 상당 폭의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보험 설계사나 대리점이 아닌 전화나 인터넷만으로 고객에게 접근해 기존 상품보다 싼 보험료로 돌풍을 일으키는 온라인 보험사들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오프라인도 막강한 보상서비스,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질 높은 보상과 부대서비스를 한다는 강점을 내세워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차량 정기 점검 때 30분 내 출동서비스는 보통이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운전자들이 일정액 이상 대물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는 약 6% 오른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추산이다.

금감원은 또 이달 초 보험사가 임의로 할증 또는 할인할 수 있는 범위 요율을 상하 5%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사고 다발 지역으로 분류돼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물어왔던 호남·충청·강원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보험료 부담이 줄었다. 그러나 차량을 많이 보유해 할인을 받아왔던 기업들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났다.

보험넷의 안재준 전략기획실장은 "향후 삼성 같은 큰 보험사들은 네임밸류(지명도) 강화 정책으로, 중하위 보험사들은 저가 보험료 정책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며, 인터넷 보험상품도 앞다투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본 뒤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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