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지진은 예보 못하지만 지진해일은 100%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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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해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번처럼 해저에 커다란 단층이 생길 정도의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면 십중팔구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해일을 동반한다.

지진과 해일을 일기 예보하듯 할 수는 없을까. 지진 자체는 현대 과학으로도 아직 예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발생하는 해일은 거의 완벽하게 예보가 가능하다. 지진해일은 인도나 일본.칠레 등 해저 지진과 해저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곳을 중심으로 나라마다 경보체제를 갖추고 있다. 해일을 동반하는 해저 지진이 일어나면 미국.일본.칠레 등 각국이 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별로 지진 해일의 도착 예정시간, 파고 등을 측정해 인근 나라들에 알려준다.

현재 미국이 하와이에 운영하는 지진해일 경보센터가 대표적이다. 칠레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났다면 일본 동해안에 해일이 밀어닥치기까지는 18~20시간이, 일본 홋카이도에서 일어났다면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박사는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을 동반할지를 분석하는 데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예보와 대피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와 일본도 서로 경보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주변국들은 지진해일 경보가 제대로 안 돼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일과 달리 지진은 예보에 성공한 것이 1975년 2월 4일 발생한 만주 하이청(海城)지진 단 한 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예보는 지진파를 분석하거나 지각에 작용하는 어떤 물리적인 힘을 측정하는 등의 첨단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날 평소에 날지 않던 거위가 날아다니고, 꽁꽁 얼어붙은 하천의 물이 얼음을 뚫고 몇십㎝씩 솟구쳤다. 이런 징후를 보고 대피령을 내려 수만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그 이전도, 이후도 지진 발생 시간을 정확하게 예보한 적이 없었다. 지진은 대부분 지각판이 맞닿는 경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각판 경계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은 큰 지진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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