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문화원에 퇴임 구청장 공덕비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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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2년간 구청장으로 봉직하며 빛나는 업적을 남겼기에 그 큰 덕을 기리고자 이 비를 세우다.”

서울 동작구청장을 세 번 연임한 뒤 지난달 말 퇴임한 김우중(68) 전 구청장의 공덕비에 새겨진 문장이다. 김 전 청장의 업적을 칭송하는 공덕비(사진)가 상도2동 동작문화원 입구에 세워진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높이 1.5m, 너비 1m의 검은색 대리석으로 만든 비에는 ‘동작을 빛낸 가산 김우중’이라는 비명과 함께 김 전 청장의 부모, 배우자 이름을 비롯해 가훈, 약력, 수상 경력 등이 새겨져 있다. 공덕비에는 설립일이 지난달 29일로 돼 있으나 문화원 앞에 설치된 것은 3일이다.

황영서 동작구청 문화공보과장은 “공덕비 설립에 구청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선화 동작문화원 사무국장은 “제작비 700만원은 문화원 이사 17명과 회원 등 20여 명이 모았다”며 “문화원을 건립하고 문화원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준 데 감사의 의미로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문화원은 주민들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고 회원들이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는 비용 등으로 운영된다. 구청은 주부백일장이나 문화유적지 답사 등에 연간 1억3000만원을 지원한다. 주민 김모(62·여)씨는 “구청장이 원님도 아닌데 살아있는 사람의 공덕비를 세운다니 이해가 안 된다”며 “구청장이 세금으로 문화원 도운 게 그렇게 큰 공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1998년 동작구청장에 당선됐으며 6·2 지방선거에는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않았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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