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8강] SKT "생큐,붉은 악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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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친 김에 8강,4강까지…."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로 월드컵 마케팅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월드컵 마케팅은 은행 등 금융권까지 폭넓게 퍼지고 있다.이 기회에 매출도 늘리고 기업 이미지도 높여보자는 것이다.한편으론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 공식 후원업체 이상의 홍보효과를 내는 곳도 있다.응원단 '붉은 악마'의 후원업체인 SK텔레콤은 이들이 주도하는 길거리 응원단의 엄청난 폭발력으로 뜻밖의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

편집자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14일 밤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 후원업체인 SK텔레콤의 프로모션팀은 덩실덩실 춤이라고 추고 싶은 분위기였다.

한국의 승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월드컵 공식 후원 업체가 아닌 SK텔레콤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붉은 악마 붐 덕에 KTF 등 공식 후원 업체를 능가하는 홍보 효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광고대행사인 TBWA에 의뢰해 조사한 월드컵 관련 기업 인지도 조사에서 올 1월까지 6.5%대에 머물러 KTF·현대자동차 등 공식 후원 업체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붉은 악마 붐이 서서히 일어난 5월 초에는 15%로 KTF(17%)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더니 월드컵이 개막된 지난달 31일에는 21.5%로 KTF와 공동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TBWA 관계자는 15일 "현 시점에서는 조사를 안했지만 SK가 1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후원 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이 많은 돈을 내고 공식 후원 업체 자격을 획득한 경쟁사들을 제친 밑바탕에는 SK텔레콤의 '3레드'전략이 있어 화제다. 지난해 8월 붉은 악마와 후원 계약을 한 이후 치밀한 연구 끝에 내놓은 세가지 이벤트다.

첫째가 폭발적인 거리응원을 유도한 '레드 스타디움'. 올 3월까지만 해도 붉은 악마의 인지도는 낮았다. 당연히 SK텔레콤의 월드컵 관련 인지도도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SK는 대형 전광판을 앞세운 거리응원을 통해 붐을 노렸다.거리응원의 명칭을 레드스타디움으로 정했다.월드컵 개막과 함께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대학로에 본격적인 레드스타디움을 조성했다. 참여 인원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수십만명에 달했다. 특히 한국팀의 월드컵 첫 승리로 인해 열기가 폭발적으로 뜨거워지면서 범국가적 거리응원 붐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SK는 대규모 응원전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레드 트레인'이라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소규모 응원단 붐도 조성했다.레드 트레인이란 부산과 대구에서 열린 한국팀의 경기 때 열차를 통째로 빌려 서울에 사는 응원단을 무료로 실어 나른 행사. 5백여명을 부산과 대구까지 왕복 탑승시키면서 지나가는 역마다 붉은 악마 응원 붐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응원복의 대명사가 된 'Be The Reds' 티셔츠를 12만장 배포했다.

이와 함께 SK는 전문 응원퍼레이드 4개팀을 조직,전국을 돌면서 응원 시연 등을 펼치는 '레드 스트리트'도 벌였다. 당초 4월 한달간만 응원팀을 파견할 계획이었으나 반응이 뜨거워 한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연장했다. 이 팀들은 전국 대도시를 누비면서 연인원 3백만명에게 응원을 전파,'붉은 악마 응원=SK텔레콤'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이같은 이벤트를 위해 SK텔레콤이 쓴 돈은 총 50억원. 그러나 이보다 수십배 많은 돈을 들여 후원권을 딴 업체들보다 홍보효과는 훨씬 컸다. SK텔레콤 프로모션팀 이시혁 팀장은 "경쟁 업체와 비교할 때 10%의 예산으로 10배 이상 기업이미지를 높인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발성·독립성을 원칙으로 운영되는 붉은 악마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월드컵 공식 후원 업체 관계자는 "특히 치어리더·연예인 등을 동원, 인위적인 붐을 일으킨 SK의 이벤트 전략은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붉은 악마의 순수성을 훼손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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