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벅찬 '대~한민국'의 活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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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정이 지나도 거리는 잠들지 못했다. 트럭에 올라탄 젊은이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를 질주했다. 연변에서 승리의 축하주를 나누던 시민들은 그들에게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차량 한대가 '빠~빵 빵 빵'하고 경적을 울리면 질주하던 오토바이까지도 '붕~붕 붕 붕'하고 장단을 맞췄다. 붉은 티셔츠 차림이건 아니건, 혼자이건 여럿이건 가리지 않고 행인들은 눈만 마주치면 "대~한민국"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1954년 월드컵 첫 출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밤, 우리들도 '대~한민국'으로 거듭났다. 1897년 고종 황제가 풍전등화같던 나라의 운명 앞에 희망을 갈구하며 내놓았던 국호 '대한'은 1백5년 만에 그 뜻대로 '자신감'과 '자랑스러움'으로 부활했다.

세계인이 놀라는 '대~한민국' 현상의 뿌리는 신바람이다. 우리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런 열정으로 한 마음이 됐으며 나라의 위험을 막아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깝게는 민주화에 쐐기를 박은 87년 6·10 항쟁이나 IMF 관리체제가 불러온 좌절감을 극복한 금 모으기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표출된 '대~한민국'현상은 이제 우리가 위기에서만이 아니라 발전과 도약을 위해서도 집단적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0~20대의 '붉은 악마' 세대만이 아니라 지역갈등과 연고주의에 물든 기성세대들까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해냈다'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함께 나눴다.

하나의 목표를 꿈꾸며 함께 나아갈 준비가 돼 있는 국민임을 서로 확인한 것이야말로 16강 진출을 뛰어넘을 만큼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국민의 열정을 이제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은 지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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