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미래를 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변방에서 중앙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는 것은 이제 한국 축구가 '축구의 외곽지대' 아시아를 벗어나 당당히 세계 축구의 주류로 편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달리기와 공차기 등 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구성된 축구는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화한 운동이다. 스포츠의 상업성이 강조되는 미국을 제외한 서구 선진 유럽국가들이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축구는 이제 단순한 일개 스포츠 종목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소속된 국가는 모두 2백4개국이다. 이는 유엔에 등록된 회원 국가 수보다 많은 것으로, 축구 대중화와 세계화를 입증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2백4개국 중 상위 10% 이내인 16강에 듦으로써 한국은 '축구 엘리트'로서 위치를 과시하게 됐다.

이는 역대 월드컵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는 나라 수가 16개국을 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출전국 수 24개국) 때다. 지난 20년간 16강에 단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국가 수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모두 36개국에 불과하다.

36개국도 철저히 유럽과 미주 대륙으로 양분돼 있으며 아프리카는 4개국(모로코·카메룬·나이지리아·세네갈), 아시아는 2개국(사우디아라비아·일본)에 그쳤다. 한국이 일본과 함께 월드컵 16강에 포함됨으로써 아시아는 물론 '제3세계 축구'에도 희망과 자극을 주게 됐다.

무엇보다 축구 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의미가 크다. '개최국은 최소한 16강에 진출한다'는 전통을 이어가게 된 한국은 이번 개가를 통해 국내 프로축구리그도 프로야구에 못지 않은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유럽 빅리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갈 것이며, 어린 꿈나무들의 축구 유학도 더욱 활성화해 척박한 한국의 축구 토양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미래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히딩크 축구', 즉 국가대표팀은 분명 한단계 업그레이드됐지만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수준은 아직도 '이류'에 머물러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