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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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고 검은, 오로지 검은, 바바리아의 용담꽃,

플루토의 우울을 뿜어대는 푸른 빛 횃불같이,

대낮을 어둡게 하는,

푸르게 번진 어둠의 불꽃에로 이랑이 생긴,

횃불과도 같은,

아래로 짓눌려 뾰족하게 된, 휩쓰는 하얀 대낮에 납작해진,

푸름을 뿜어내는 검은 횃불꽃, 플루토의

검고 푸른 눈부심,

데메테르의 창백한 등불들이 빛을 발하듯,

불타는 어두운 푸른 빛, 어둠을 내뿜는 꽃, 푸른 어둠을 뿜어대는,

저승에서 온 검은 등불들,

나를 인도해 다오. 길을 인도해 다오.

-D H 로렌스(1885~1930) '바바리아의 용담꽃' 중:정종화 역

바바리아 용담꽃, 네가 움직일 때마다 해장국에 엉킨 소 핏덩어리가 돌아다닌다. 바바리아 용담꽃, 네가 움직일 때마다 늘어진 소 낭심 속 두 개의 고환이 맹렬히 부딪친다. 삶의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삶에는 길이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바리아 용담꽃, 어찌하여 너는 절단된 남근으로 칠보(七寶)의 지옥을 불 밝히려느냐. 방하(放下)하라, 방하하라!

이성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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