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향배가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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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변수는 부동층 향배, 월드컵 성적, 그리고 불법·탈법 시비다. 각당의 희비(喜悲)도 이들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박빙지역 승패 가를 부동층=중앙선관위 조사로는 유권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부동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부동층 예상치는 이보다 적다. 적게는 30%, 많게는 50%로 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부동층 가운데 선거 무관심층을 포함, 60%는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8년 지방선거 투표 후 조사에선 투표자의 25%가 투표일로부터 3일 이내에 마음을 정한 '부동층 출신'이란 조사도 있다고 이 전문가는 말했다. 이럴 경우 수도권 등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지역은 부동층이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문제는 부동층의 향배다. 한나라당에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야당 지지층이 있다"고 말한다. 부동층이 한나라당 쪽으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투표율이 높은 40대 이상 부동층을 겨냥, '투표로 심판하자'고 주장한다. 젊은 층에 대해서도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는 "불의를 참지 말고 올바름을 실천해 젊은이다운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민주당은 부동층의 상당수를 민주당 지지자로 파악한다. 지역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연령층으로는 20,30대 부동층을 투표소로 끌어내야 열세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이날 김민석 서울시장후보와 함께 서울 일대를 돌며 6·10항쟁의 주역인 넥타이부대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투표한 뒤 축구 보자'는 메시지를 전 지구당을 통해 강조토록 했다.

자민련은 "이회창 후보는 가짜 충청인이며 한나라당은 영남당이다. 진짜 충청당은 자민련"이라며 충청권 부동층을 공략하고 있다.

◇월드컵 성적과 투표율=지방선거일(13일)은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한국-포르투갈 경기(14일) 하루 전이다. 게다가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인천·수원에서 홀수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투표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전에서 고조된 월드컵 열기가 유권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각 당의 계산이 분주하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16강 진출 기대가 높아져 민주당이 비리게이트 때문에 먹을 욕을 덜 먹게 됐다"며 "우리 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朴正勳)상황실장은 "젊은 층 사이에 '투표하고 경기 보자'는 분위기가 퍼지면 투표율이 5%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월드컵은 월드컵, 선거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의 영향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할 뿐"이라고 했다.

◇금·관권 등 불·탈법 선거=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혼탁선거 양상을 보인다"며 나름대로 감시활동에 나섰다.

남경필 대변인은 "(민주당이)수도권에서 대대적인 금품살포, 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총 비상령을 발동, 야간 감시조까지 구성해 불·탈법 감시활동을 벌인다.

민주당 김원길(金元吉)선대본부장은 "깡패가 동원되는 곳도 있다. 자유당 때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당 차원에선 9일 "한나라당은 불법 타락선거를 중단하라"며 금품살포를 포함, "한나라당의 불·탈법 사례"라며 19건을 발표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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