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라지만 시험 예절까지 몰라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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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에 부감독으로 갔었다. 시험은 3교시에 걸쳐 1,2,3급이 따로 치러졌는데 3급 시험에서는 유난히 초등학생이 많았다. 정감독을 맡은 선생님께서는 시험을 치르는 초등학생들이 답안지 작성에 미숙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미리 말씀해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답안지 교부가 이뤄지고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구하는 초등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글씨로 쓰는 건 제대로 했지만 컴퓨터 해독에 중요한 마킹은 하지 못했다. 주민등록번호는 숫자가 많다 보니 실수가 허다했고, 이름의 경우 많은 아이들이 글자의 초성·중성·종성 중에 초성과 종성을 같은 줄에 표시했다. 게다가 동그라미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삐죽하게 칠해 다른 번호에 중복 마킹하기도 했다.

펜이 마르기도 전에 답안지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얼룩이 지기도 했다. 답안지 작성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가 하면 옆 친구와 말을 걸기도 했다. 맨 뒤에 앉아 있던 아이는 바로 뒤에 있던 학급문고를 빼서 보려 했고, 시험지를 접어 가방에 넣는 아이도 있었다. 요즘 초등학교는 시험을 안본다고 하는데 시험 예절까지 몰라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다른 수험자들이 소음과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시험을 망치지는 않았나 걱정스럽다.

유지현·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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