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소나무숲이 높구나!

공중에는

비둘기 네 마리.

네 마리의 비둘기가 회전하며

돌아온다. 그들의 네 그림자가

상처들을 운반한다.

소나무숲이 낮다!

땅 위에 비둘기 네 마리.

-로르카(1898~1936)'사냥꾼':정현종 역

땅 위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져 나르지만, 땅 위의 상처는 비둘기가 운반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그리스도를 져 나르는 것이라면, 땅 위의 상처는 비둘기를 운반한다. 하얗게 질린 비둘기 네 마리가 실어 나르는 것은 소나무숲에 떨어진 제 그림자일 뿐. 묵묵한 먹통 소나무들이 미열도 없이 느끼는, 견디는 비둘기 그림자. 아, 허공―상처 속 네 마리 비둘기여! 너희를 져 나르는 상처는 날개도, 발톱도 없다.

이성복<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