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첫승 주역-'유비'가 굳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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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너무 멋졌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의 골이 터지자 귀빈석에 앉은 대통령도 오른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후반 8분 폴란드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을 어슬렁거리던 '유비' 유상철(31)은 폴란드 수비수의 몸을 맞고 나온 공을 잡아 수비수를 제친 뒤 통렬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폴란드의 예지 두데크가 힘껏 손을 뻗었지만 대포알 같은 그의 슛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엥겔 사단' 폴란드를 무너뜨리는 쐐기골이었다.

유상철은 전반 19분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으로 엥겔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등 날카로운 공격을 펼친 것은 물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유상철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후반 16분 이천수와 교체될 때까지 야생마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어 관중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번이 월드컵 본선 두번째 출전이다. 유상철은 지금까지 A매치에 아흔두 번 출전해 16개의 골을 뽑아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넘어지면서 만들어낸 통렬한 동점골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유상철은 중앙 수비수·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에 이르기까지 어떤 포지션을 맡겨도 훌륭히 소화해내는 대표적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유럽스타일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1m84㎝, 78㎏의 듬직한 체격에 강한 체력을 갖췄다.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이 트레이드 마크다. 울산 현대 소속으로 K리그(한국 프로축구리그)에서 뛸 때 1백골 이상을 기록했고, 2001년에는 일본의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했다. J리그에서도 한 시즌에 열일곱 골을 뽑아내며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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