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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하는 축구 튀는 헤어 패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그라운드를 누비는 스타들의 현란한 플레이와 함께 패션경쟁도 볼 만하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축구 특성상 경기 중에는 금속 장신구를 착용할 수 없고, 같은 팀이면 양말 색깔까지 통일해야 되는 복장 규정 때문에 선수들은 튀는 헤어 스타일로 패션 승부를 건다.

월드컵 패션경쟁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이다. 베컴은 신기(神技)에 가까운 축구 실력과 더불어 조각칼로 깎아 놓은 듯한 수려한 외모로 전세계 여성 축구팬의 우상이다.

베컴은 헤어 스타일을 자주 바꿔 한때 영국 도박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헤어 스타일을 선보일까에 대해 내기를 걸기도 했다. 일본의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삭발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베컴은 '레드 모히칸'을 들고 나왔다.

스파이키 두(Spiky Do)라고도 불리는 이 머리는 모히칸 인디언의 헤어스타일이다. 머리 양쪽을 짧게 자르고 정수리 부분만 길러 끝을 노랗게 염색한 뒤 무스로 매만져 올린 형태다.

특히 싸움닭이 볏을 잔뜩 세워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듯한 이 머리 스타일은 지난 2일 경기 때 상대편인 스웨덴의 골키퍼 마그누스 헤르만도 따라 해 눈길을 끌었다.

베컴은 왼쪽 팔뚝에 아내이자 스파이스걸스 멤버인 빅토리아의 이름을 새기고, 온 몸에 아들 이름(브루클린)과 자신의 배번 7을 그려넣는 등 문신광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를 뒤쫓아 민머리 '스킨헤드'가 한때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적도 있다. 머리에 신경쓸 필요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아르헨티나)·파비앵 바르테즈(프랑스)·파트리크 음보마(카메룬) 등도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의 떠오르는 별 오노 신지와 레게 머리로 유명했던 헨리크 라르손(스웨덴)도 '스킨헤드족'에 합류했다.

히바우두(브라질)·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티에리 앙리(프랑스) 등은 군인을 연상하는 짧은 스포츠형으로 단정하게 잘랐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후이 코스타(포르투갈)·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 등은 땀에 흠뻑 젖은 긴 머리를 풀어헤친 야성미로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프리카 본선 진출 국가들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로 그라운드를 주도한다.

나이지리아의 수비수 타리보 웨스트는 양 뿔 모양을 땋아 물을 들인 머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밀어버린 '도깨비 뿔' 머리를 선보여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2일 파라과이전에서 종료 직전 천금 같은 페널티킥을 유도한 남아공의 시부시소 주마의 갈래갈래 땋은 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 모양은 독특함을 넘어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0일 대구에서 벌어지는 긴 머리를 조금 자르고 파마를 한 안정환과 레게 파마의 코비 존스(미국)의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울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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