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외국인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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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촉즉발의 전쟁 불안감에 휩싸인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유엔 직원과 가족들이 유엔본부의 철수명령에 따라 2일 짐을 꾸려 양국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엑소더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지자 호주·일본 정부는 전세기를 동원한 자국민 구출 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엑소더스 행렬=인도 뉴델리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 50여명이 지난달 31일 뉴델리 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를 빠져나간 데 이어 2일에도 수백명의 미국·영국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제록스사 직원인 영국인 그레이엄 윙은 "대사관이 철수 명령을 내려 갑자기 짐을 쌌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유엔 직원 가족 3백여명이 2일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떠나면서 프랑스·캐나다·호주·벨기에·뉴질랜드·포르투갈 등의 공관 직원 가족들도 출국 준비에 나섰다.

이들 국가도 지난 1일 공관을 통해 자국 시민들에게 출국 명령을 내린 상태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유엔 및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가족,상사원 등이 한꺼번에 출국을 희망하면서 비행기 표 구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슬라마바드의 한 여행사 직원은 "수많은 각국 대사관과 유엔 직원 가족들이 표를 부탁하고 있다"며 "지난달 26일만 해도 거의 빈자리였던 두바이행 비행기가 이미 예약 초과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항공사들이 파키스탄행 운항편을 대폭 축소한 탓에 비행기 표 구입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파키스탄 주재 각국 상사원들과 공관 직원 가족들은 백방으로 표를 구하려 애쓰고 있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파키스탄,팽팽한 신경전=모이누딘 하이더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인도와 전쟁을 할 경우 파키스탄은 인도 내륙을 공격할 것이며 모든 탄두(彈頭)를 사용할 것이라고 1일 경고했다. 그는 또 "인도가 만일 카슈미르에서 국지전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우리는 인도 내부에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키스탄 언론이 2일 보도했다.

한편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은 2일 인도가 파키스탄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지만 "충동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인도가 카슈미르 분쟁 지역 내 테러범들을 공격할 강도 높은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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