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빚 빼고 재산만 상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 후보의 선거전략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없다"는 방침에 수정을 가하는 인상이다. 한나라당은 '위장술'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부채는 상속 않겠다"=후보는 1일 부산 정당연설회에서 "나는 꾀가 있어 金대통령의 재산만 상속하고 부채는 상속 안하고 살짝 빠지겠다"고 말했다. 김해 정당연설회에서는 "김대중은 김대중이고, 노무현은 노무현"이라고 했다.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선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고 밝혀왔다. 후보 당선 후에도 "차별화 같은 의리 없고 야박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후보의 1일 발언은 입장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영남의 '반(反)DJ정서'로 인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노무현=DJ양자'주장이 먹혀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후보 측근은 "부산에서 후보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노무현은 괜찮지만 DJ를 심판하진 못한다. 그러나 이회창은 DJ를 심판할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차별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측근은 "후보의 차별화란 긍정적 차별화"라며 DJ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단절 시도, 공격 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수준의 '낮은 단계의 차별화' '느슨한 차별화'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 주변의 영남출신 인사들은 보다 확실한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후원회장인 신상우(辛相佑)전 국회부의장은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김대중 아들 몇이 되든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동교동계인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도 "민주당은 이제 김대중당이나 호남당이 아닌 노무현당이자 경남부산당"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속을줄 아나"=한나라당은 후보측의 이같은 변화를 '위장술'이라고 공격했다. 배용수(裵庸壽)부대변인은 "후보는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상속받을 것'이라고 떠들던 사람"이라며 "아무리 DJ와 차별화를 시도해도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裵부대변인은 또 "후보는 대통령후보가 되자마자 YS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고, 민주당은 현재 JP와 손잡고 소위 선거공조를 하고 있는데 무슨 염치로 3김 청산을 들먹이느냐"고 지적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광주 유세에서 "후보가 막말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가망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며 '민주당 필패론'을 들고 나왔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