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때리고 달리고 틀어막고 … 넥센 1번 타자 장기영 물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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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리딩히터이자 톱타자인 장기영(28·사진)이 요즘 무섭다.

아직은 그의 이름을 잘 모르는 야구팬이 더 많지만 올 시즌 활약만큼은 최고의 테이블세터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장기영은 1일까지 타율 0.326으로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도루는 21개로 이대형(LG·35개)·김주찬(롯데·25개)에 이어 공동 3위다. 1일 LG전에서는 7-4로 앞선 8회 우전 적시타를 쳐낸 뒤 연거푸 2루와 3루를 훔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쉴 새 없이 치고 달려 상대를 흔드는 1번 타자다웠다.

장기영은 2001년 현대에 왼손 투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입단 후 3년간 1군 출전은 4경기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2년간 현역으로 복무한 장기영은 2008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타구 판단이 미숙해 실수가 잦았고, 타석에서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연발했다.

피나는 노력만이 살길이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에서 장기영은 매일 스윙 1000개 이상을 소화했다. 힘을 빼고 가볍게 맞히기 위해 토스배팅(짧은 거리에서 던져주는 공을 연속적으로 치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수비 훈련에도 악착같이 매달렸다. 김성갑(현 1군 주루·작전코치) 2군 수비코치를 붙잡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외야 펑고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택근이 LG로 가면서 넥센의 중견수 자리가 비었다. 장기영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을 꿰찼다.

올 시즌 장기영은 톱타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고 주루는 과감하다. 여기에 안정된 수비까지 더해졌다. 최근에는 컨디션이 워낙 좋다 보니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바깥쪽 공을 툭 쳐 안타를 만들어낸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은 상대 배터리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장타도 곧잘 친다. 시즌 3루타가 총 8개로 전체 1위다.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롯데 이종운 14개·1992년)에도 도전할 만하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서는 정확한 송구로 1루 주자 박용택을 3루에서 잡아내며 투수 출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장기영의 단점은 좌투수의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이다. 번트 능력도 아직 미숙하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장기영은 이제 풀타임 첫해다. 아직은 뭔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없다. 약점을 보완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장기영은 “야수로 전향한 뒤 올 시즌 첫 풀타임을 뛰면서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며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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