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에 맞선 ‘토종’ 티맥스 결국 워크아웃 신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게임을 제외한 순수 소프트웨어(SW)의 국내 최대 개발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최근 주채권 금융회사인 우리은행에 채권단공동관리(워크아웃)를 신청했다. 채권단은 다음 주께 워크아웃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과 더불어 국내 SW업계의 대표적 성공신화로 불린 KAIST 교수 출신의 창업자 박대연(54) 회장은 무대 뒤로 물러나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티맥스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대해 다음 주 정밀실사를 거친 뒤 채권단협의회에서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현재 티맥스의 총 차입금 749억원 중 단기차입금은 97.7%에 달한다. 현재 장단기 차입금이 지난해 말 수준과 비슷하고, 일시적 자금경색일 수 있어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사를 해봐야겠지만 기술력이 있는 회사로 안다”고 말했다.

티맥스 몰락의 원인으로 무리한 사업다각화가 우선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티맥스 윈도’라는 SW를 선보여 국내 처음 운영체제(OS)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분야에서 20년 넘게 독주하는 SW다. 그래서 “티맥스 대단하다”는 찬사에서부터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OS 개발 자회사로 설립한 티맥스코어가 상용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 채 지난달 17일 삼성SDS에 넘어가면서 일단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티맥스의 부침은 창업자인 박 회장의 공과 과와 궤적을 함께한다는 시각이 있다. 1997년 설립된 티맥스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SW시장에서 OS와 일반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미들웨어 SW 제품으로 성공했다.

2008년엔 국내 SW업체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주도로 삼성·LG 등 국내외 대기업이 쥐고 있는 시스템통합(SI)과 OS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다 힘을 소진했다. 대기업들은 티맥스의 미들웨어를 주로 써왔는데 티맥스가 SI 사업에 뛰어들자 협력 파트너가 아닌 경쟁 상대로 보기 시작했다. MS라는 세계 최대 SW 기업을 상대로 벌인 OS 싸움은 인력과 자본·시간·노하우 면에서 티맥스엔 역부족이었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