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마술도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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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우와~우와!"

마술사 함현진씨가 펼친 손수건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오자 아이들은 탄성을 지른다. 서울 녹번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여는 마술 특기적성 교실. 수업을 듣지 않는 아이들도 창문 위로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구경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특기적성 교실은 학원·과외에 밀려 참여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학교들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있다.

녹번초등학교 4학년 박진우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도 집으로 가지 않는다. 골프·컴퓨터·마술 등 방과후 특기적성 수업을 3개나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기 교실이 끝난 뒤에야 학원에 갔다가 집으로 향한다. 지난해만 해도 방과 후 곧장 학원으로 향했었다.

"수업 끝나고 다른 곳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곧장 배울 수 있어서 편해요. 특히 마술 시간에 배운 건 친구나 가족들 앞에서 해 보이고 박수를 받지요."

녹번초등학교에서 올해 개설한 특기적성 수업은 35개 분야 71개반이나 된다. 컴퓨터, 영어 회화, 바이올린, 수리탐구, 마술, 생활 도자기, 종이접기, 로봇제작, 클래식 기타, 만화 그리기, 발레, 택견, 스포츠 댄스, 탁구, 골프, 요리, 바둑, 일본어, 논술, 생각 기르기 등 다양하다. 전교생 2천3백여명 가운데 68%에 달하는 1천5백여명이 특기적성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내 초등학교 특기적성교육 평균 참여율 28%의 두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 학교 안문수 특활 부장교사는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했다"며 "재미있고 저렴한 강좌가 많다 보니 참여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마술이나 골프, 일본어 등 인기 강좌는 수강신청 경쟁도 치열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도 정원 제한에 걸려 헛걸음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서울 원당초등학교도 올해 마술 강좌를 개설했다. 이 학교 이선옥 특활 부장교사는 "새롭고 흥미를 끌 수 있어서인지 다른 강좌에 비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등현초등학교도 오케스트라, 발레, 축구, 집중력 교실, 창의성 교실 등을 열었다. 서울 왕북초등학교의 체스 교실, 미래 초등학교의 재즈댄스·연극 교실 등도 눈길을 끈다.

특기적성 교육은 강사료가 강좌당 월 20만~4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별도 공간이 없어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다소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1주일 2시간 수업에 한달 수강료가 2만원선으로 학원 수강료에 비해 저렴한 편. 한 반 정원은 10~20명으로 과외 수준의 개별 지도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학교 수업 정원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다.

초등생 자녀 둘을 둔 주부 김은주(경기도 분당)씨는 학교 특기적성교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컴퓨터를 2년째 배우고 있고 클라리넷·과학 교실에도 참여한다.

김씨는 "비용이 저렴한 편이라 아이에게 복습·연습을 강요하지 않게 된다"며 "아이들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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