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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투자 추천, 이익 예측력 국제적으로 검증받는 신기원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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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몇 년 전 학술 연구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유명 애널리스트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빡빡한 스케줄로 가득한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성가신 방해자로 여겨지기 십상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필자가 그들의 오피스 벽 한쪽에 걸려 있는 톰슨로이터의 ‘스타마인’ 상패(StarMine Award)에 관심을 보이기만 하면 인터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상아탑에 몸담은 연구자가 그들에게 “스타마인상을 받았느냐”고 하면 얼굴 가득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인터뷰 대상을 구슬리기 위한, 입에 발린 칭찬만은 아니었다.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스타마인상은 진정한 실력에 대한 증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의 평판에 근거한 애널리스트 상이 있지만, 그저 인기투표라는 비난을 종종 받았다. 그에 반해 광범위한 수치 자료 조사를 통해 애널리스트의 ‘투자 추천 수익률’과 ‘실적 추정의 정확도’를 측정한 스타마인상은 그야말로 애널리스트의 실력이 에누리 없이 드러나는 성적표다.

그간 해외에서만 시행되던 톰슨로이터의 스타마인상이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이하 중앙·톰슨로이터 상)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전 세계 15개 지역의 애널리스트들을 평가해왔던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애널리스트의 투자추천과 이익예측 실력이 국제적으로 비교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도전’이기도 하지만, 실력을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소비자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범람하는 투자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가이드 북이 생긴 것이라고도 하겠다. 한발 더 나아가 보면 한국 애널리스트들의 실력을 세계에 휘날릴 기반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투자은행의 발행 보고서만 봐 왔다면, 앞으로는 중앙·톰슨로이터상을 받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눈길을 돌릴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이 상이 국내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만 비교하는 것에 머무른 기존의 애널리스트 상과는 달리, 같은 종목을 놓고 경쟁하는 외국계 증권사 소속의 애널리스트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것임에랴.

증권사들도 애널리스트들의 성과 평가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갖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미 톰슨로이터의 평가 결과를 애널리스트들의 연봉 책정에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계의 입장을 톰슨로이터에 당부하고자 한다. 오늘날 톰슨로이터의 평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까지에는 한 가지 노력이 있었다. 평가의 기초자료라 할,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를 학술적인 목적으로 얼마든지 사용하도록 장려한 것이다. 이로 인해 톰슨로이터상의 평가 체계에는 세계 유수의 경영·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반영될 수 있었다. 따라서 학술 연구자가 비영리적인 연구를 위해 톰슨로이터상의 평가 절차 등에 대한 자료 접근을 원할 때, 이 또한 받아들여 주길 기대한다.

증권시장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해외 시장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톰슨로이터가 중앙일보와 손잡고 국내에 도입한 애널리스트상의 제정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그 첫해 수상자들을 축하한다.

류충렬 KAIST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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