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어워즈] ‘2관왕’ 하태기 SK증권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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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10년 중앙일보 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의 투자 추천과 실적 추정 두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수상자는 딱 한 명뿐이다. SK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을 담당하는 하태기(52·사진) 연구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고령 수상자로 적잖은 세월인 22년11개월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국내 애널리스트 평가보다는 해외 쪽 평가에서 강세를 보여 톰슨로이터가 실시한 아시아지역 애널리스트 평가 실적 추정 부문에서도 2007년 1위, 2008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결을 묻자 그는 “기업의 특성과 차이를 살펴 입체적으로 분석했던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연구개발(R&D)과 재무, 계열사 상황 등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요소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은 계열사인 유한킴벌리의 영향을 많이 받죠. 이런 점을 감안해 기업을 분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해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성 회복을 예상해 실적 추정에서도 다른 애널리스트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이후 그가 꾸준히 ‘매수’ 의견을 낸 동아제약은 시장 수익(32%)을 초과하는 성과(71%)를 기록했다. 수출 개선에 따른 이익 증가를 예상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가 차별화된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실적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제약 업종은 신약 개발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에요. 하지만 국내 R&D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져 상업화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래서 실적을 더 중시하죠.”

기업 탐방도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고, 성과나 실적을 부풀리는 건 아닌지 ‘행간’을 읽을 수 있어서다.

하 연구원은 “최고령 애널리스트라는 게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적잖다”고 말했다. 경기 사이클을 수차례 경험한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장점이다. 그러나 펀드매니저와의 관계에선 다소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 탐방을 가려면 고객인 펀드매니저를 모시고 가야 하는데 서로 불편한 점이 있죠 .”

그는 “애널리스트는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을 많이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기적 전망에 치중하거나 사실을 과대 포장하는 것도 그가 금기시하는 것들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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