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 직전 포스데이타 탈퇴 홍걸씨 요청 여부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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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1999년 관련법 개정과 2000년 12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을 전후해 정치권에 돈을 줬다는 TPI 대표 송재빈씨(구속)의 진술이 나왔고, TPI가 지난해 2월 기술적 결함이 지적되고도 사업자로 최종 확정됐음이 확연해졌다. 따라서 수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히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구속된 김홍걸씨의 영향력 행사 여부 등 향후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부분들을 정리했다.

◇홍걸씨 역할 뭐였나=검찰 수사 결과 송재빈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입찰 두달 전인 2000년 8월 최규선씨와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났다.

宋씨는 이들에게 "TPI가 기술력과 자금력에서 월등함에도 체육진흥공단의 불공정한 업무 진행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홍걸씨를 통해 선정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계기관에 말해 주고 TPI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하며 주식을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崔씨측은 "宋씨의 청탁을 홍걸씨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고, 홍걸씨는 "사업자 선정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TPI가 사업자로 선정된 지 두달 후인 지난해 4월 주식을 받았다. 성공 보수 성격이 큰 만큼 이들이 사업자 선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규명대상이다.

◇정·관계 로비=TPI가 99년 8월 체육복표 사업과 관련한 국민체육진흥법이 국회 문화관광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로비를 했는지다.

문광위는 98년 11월 최초 법안 제안시와 달리 체육복표 사업을 반드시 민간에게 위탁하도록 결정했고, 결국 TPI에 사업권이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宋씨는 여야 의원들과 골프를 치며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로비는 홍걸씨의 예에서 보듯 TPI와 관계사 주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엄청난 사업권을 노리는 신생 기업인 만큼 현금보다는 사업자 선정 뒤 크게 오를 수 있는 주식이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매력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들의 보좌관과 친인척·퇴직 관료 등 10여명이 사업자 선정(2001년 1월)을 전후해 TPI 임원으로 영입돼 대량의 스톡옵션을 받은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TPI는 이 기간 중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사업자 선정주체인 체육진흥공단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 기관이 지난해 1월 체육진흥공단 TPI의 복표 시스템 기술과 관련한 실사를 실시해 실사단으로부터 "보안성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다음달 TPI를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직전 경쟁업체들 후퇴=입찰 직전인 2000년 9월 말 TPI의 최대 경쟁자였던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포스코 계열의 포스데이타가 탈퇴했다.

2000년 7월 홍걸씨가 최규선씨와 함께 포스코 유상부(常夫)회장을 만난터라 TPI 주식을 받기로 한 홍걸씨가 포스코측에 컨소시엄 탈퇴를 요청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당시 한국전자복권측은 포스데이타가 갑작스럽게 빠져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찰을 준비하던 자네트시스템 컨소시엄이 지급보증을 서기로 했던 신한은행이 입찰 직전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입찰서를 내지 못한 경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데이타측은 "복표사업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데다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신규 사업을 벌이기가 부담됐다"고 이유를 밝혔으며, 신한은행측은 "실무선에서 검토를 한 건 사실이나 사업 전망이 밝지 않고 은행이 참여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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