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일>금속노조 시위는 확산되는데… 파업장은 축제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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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일 금속노조(IG메탈)의 파업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시작된 파업이 13일에는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로 확대됐다. 이날 독일 최대 산업지대인 루르 지방의 업체들도 경고 파업을 시작, 바야흐로 파업의 불길이 전독일로 번질 태세다.

베를린 지역 금속노조의 파업은 1930년 이후 처음이다. 그간 노조운동이 활발했던 독일에서 72년 만의 파업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아 금속노조 베를린 지부에 확인했더니 맞다고 한다. 실로 오랜만에 재개한 파업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 것일까.

지난 13일 오전 11시 베를린 남부 마리엔펠데구(區) 다임러슈트라세 143번지. 이 지역의 최대 파업 현장인 다임러 크라이슬러 베를린 공장을 찾았다. IG메탈 마크와 '파업 중'이란 글씨가 새겨진 붉은 복장을 한 노조원들이 출입구를 봉쇄한 채 삼삼오오 모여 있다. 곳곳에 붉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문 앞에 주차된 승합차에선 행진곡풍의 노래가 울려퍼지고,그 옆에 설치된 대형 삼발이 솥에선 불꽃이 솟아 오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몇명이 파업에 참여했나.

"1천여명의 노조원 중 6백~7백명이 참가했다."

-회복기에 들어선 독일 경제가 이번 파업으로 다시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반대다. 경기 부양을 위해 파업하는 중이다. 봉급이 올라야 소비가 늘고, 그래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

15년째 승용차부품 제조 분야에 근무 중인 마티아스 마싱(36)은 논리정연하게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한다.

그런데 파업 현장의 분위기치고는 너무 온건하다. 불끈 쥔 주먹을 힘차게 올려 가며 요란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먹고 마시고 떠들 뿐이다. 무슨 축제판 같다. 툭하면 최루탄과 각목이 난무하는 우리의 파업 현장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가 오히려 어색하다. 옆에 있던 입사 10년된 한 노조원이 거든다.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작정 파업이 아니라 '플렉시(Flexi)파업'을 하는 것이다. 즉 내일은 정상근무고 모레 다시 파업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물론 사측의 반응이 없으면 파업 강도를 높여 나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측도 직장폐쇄 같은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마침 이날 그간 노조의 6.5% 임금인상 요구에 3.3%를 제시한 후 묵묵부답이던 사측도 파업 이후 첫 반응을 보였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노사가 15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파업사태가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아직 6.5%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4%선이면 받아들인다는 분위기다. 당분간 밀고 당기겠지만, 결국 4% 전후에서 타결될 것이다."

나이 지긋한 노조원의 설명에 이번 파업 사태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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